주식매수청구 한도 700억원…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 주주환원책 목소리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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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이하 동원엔터)와 주력회사인 동원산업의 합병을 14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한다. 한차례 합병 비율을 변경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란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다.
동원산업이 동원엔터를 흡수합병 하면 동원산업이 그룹의 통합 지주회사로 올라서고 현재의 지주회사인 동원엔터는 소멸한다. 양사 합병비율은 동원산업 : 동원엔터 = 1:2.27023로, 이는 양사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1:5 액면분할(액면가 5000원 → 1000원)이 반영된 수치다. 최종적으로 가치가 더 큰 동원엔터 1주(액면가 5000원)에 동원산업 2.7023주(액면가 1000원)이 배정된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62.72%를 보유한 동원엔터이기 때문에 총 66.7%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은 무난히 충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합병 비율에 불만을 나타냈던 일부 소액주주들은 합병가액 조정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중이었으나 현재로선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최종 의결한다하더라도 변수는 남아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동원산업은 매수대금(700억원) 한도를 설정해 둔 상태로 주식 매수청구금액이 700억원을 넘을 경우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재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동원산업의 소액주주는 6월 말 기준 20.6%이다. 현재 주가로 따졌을 때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1700억원 규모이다. 즉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절반가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할 경우 합병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임시 주총 전일(13일) 종가는 22만8500원으로 다소 주식매수청구 금액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실제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4년 삼성그룹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금액(9235억원)이 매수대금 한도(4100억원)을 크게 웃돌며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2019년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인 제넥신 또한 툴젠과 합병을 추진했으나 매수대금의 2배가 넘는 주식매수청구로 인해 실패했다.
현재로선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실익은 따져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청구 거래는 장외거래로 분류돼 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부과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매수청구금액과 주가가 비슷할 경우엔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하더라도 동원산업은 추후 합병에 대한 시너지 효과와 주주들에 대한 주주가치제고방안 등을 명확히 제시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과 관련해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설명했으나 그룹의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 그리고 자금의 사용방법 등을 포함한 명확한 주주환원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병 이후 김남정 부회장은 통합 지주회사의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당초 계획했던 48%의 지분율엔 미치지 못하지만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이번 합병이 최종 성사하면 김남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도 점차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과거부터 그룹의 외연을 M&A를 통해 확장해 온 전례가 있고, 새로운 지주회사 체제 내에선 동원산업의 투자활동이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투자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