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은 급격히 증가한 부동산PF?…업황 악화로 실적↓ 우려
회사 측 "위기관리 차원"이라지만…전략 재수립 필요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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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금융(PF) 등 IB 부문 경쟁력 강화로 지난해 실적 축포를 터뜨리던 증권사들이 잇따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실적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전 직원에게 비상 경영을 가동한다고 지난 1일 공지했다. 올해 말까지 임원의 월 급여 중 20%가 지급 유보되고 업무추진비가 삭감(지원 부문 30%, 영업 부문 20%)된다. 회사 측은 최근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긴장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도 상반기 임원 회의에서 전사적 긴축경영기조를 밝힌 바 있다. 금리 상승으로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회사 측에서도 실적 악화에 따른 대응보다는 위험관리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부동산금융 관련 딜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곳들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금융 딜 수익성이 악화하자 전략 재수립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부동산 및 구조화금융 딜로 이익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한 곳 중 하나다. 부동산금융이 핵심인 IB 부문의 영업순수익은 2020년 643억원에서 2021년 118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수익에서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19%에서 26%로 대폭 늘었다.
그러나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금융 딜 수익성이 악화하며 신규 딜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올투자증권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이익 의존도가 큰 증권사 중 하나다. 부동산금융이 핵심인 IB 부문이 전체 영업순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2021년 기준). 올해 2분기까진 호실적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하반기 부동산PF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찍이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증권사 실적 및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PF 채무보증 조달비용이 늘고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익성이 가파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미분양 및 공사 중단 사례가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금 회수도 지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상승 때문에 투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자금 회수가 진행되지 않으면 신규 딜을 발굴할 수 없어 실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금융으로 몸집이 급격히 불어난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추가로 비상 경영을 가동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기반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부동산PF 등 IB 수익에 의존한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갈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니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증권사들이 나오고 있다"라며 "전략 재수립·위기 관리 차원에서 추가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는 곳들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비상경영 가동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수익증대 등 발전적인 방향에서 비상경영과 관련한 내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