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제고·해외 대체투자 확대 등 과제 산적
해외 투자 기회 발굴 위한 네트워크 역량 필수
연봉 낮고 외부 압력 거센데 인재풀 좁아 한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운용 기금만 95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최고운용책임자(CIO) 후임 인선이 불투명하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선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에 여념이 없고 CIO 선임 절차를 이끌 국민연금 이사장은 뽑힌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CIO 선임에 속도가 붙는다 하더라도, 현재 국민연금 앞에 산적한 과제들을 고려하면 적정한 인물을 찾기 녹록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인력풀이 좁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대체투자 부문이 7.25%로 유일하게 성과를 냈다. 다만 경기에 후행하는 대체투자 자산의 특성상 버블 붕괴 우려가 여전하다. 오는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안효준 CIO의 뒤를 이을 후임의 제1과제는 수익률 방어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게 될 후임 CIO의 필수 역량으로는 해외 네트워크가 꼽힌다. 대체투자의 위험성에도 불구,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으로 위험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2040년 기금 감소기를 대비해 최대한 수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한 2023~2027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 중기 자산 배분안에 따르면 대체투자는 10%대에서 15% 내외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후임 CIO는 직접 해외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투자 기회 발굴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해외 기관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투자 전략 및 동향 공유가 필수적이다.
다만, 인재풀이 넓지 않은 가운데 낮은 연봉, 거센 외풍 등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글로벌 2위 연기금의 CIO 자리임에도 업무환경이 이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봉은 성과급을 합쳐 3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 연봉 수준으로는 사실상 '명예직'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은 성과급(인센티브)을 제외하고서도 4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CIO 직은 임기를 채우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질 만큼 외풍(外風)이 거센 자리다. 낱낱이 공개되는 수익률로 인해 언제든 비판이 대상이 되는 데다 정치권의 요구사항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설립 이후 CIO 임기를 채운 인사가 단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연금 CIO 지원자 인재풀도 넓지 않아 역량을 갖춘 인물이 지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연금 CIO 주요 후보군으로는 자산운용사 CEO 정도인데 1년 중 업무 절반이 국정 감사 준비란 이야기마저 나오면서 전문인력 확보가 더욱 어렵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CIO는 명예직이란 점에서 지원자는 많을 수 있지만 주요 후보군이 한정적이다"라며 "운용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네트워크 역량을 갖춘 인물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대체투자 전문가도 많지 않다. 당장 국민연금은 고질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크로스보더딜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에서 해외딜 경험이 많은 인력을 보강하고 있어서다. 단기간내 전문가 양성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CEO에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기용되기 시작한 것도 오래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