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수요 줄었던 팬데믹시기 "중고 항공기 반값에 리스"
금리인상과 겹쳐 오른 리스료, "항공업계 부담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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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굳게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자 항공기 도입에 나서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리스사들이 항공사에 저렴한 가격에 항공사를 공급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면 이제는 항공사들이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항공기를 리스하며 판세가 역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항공운항증명(AOC)를 발급받은 신생 항공사 에이프레미아는 9월 말까지 2호기와 3호기를 도입하고 2025년까지 총 10대의 항공기를 보유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도 올해 상반기 A330-300 3대 도입을 마쳤다. 플라이강원은 최근 항공기 리스사와 에어버스의 중대형기 'A330-200' 기종 임대 계약을 맺으며 늘어날 여객 수요 대비에 나섰다.
항공사들이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자마자 항공기 투자에 나서는 것은 회복 중인 항공여객 수요를 잡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8월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은 195만487명으로 지난해보다 476%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월과 비교하면 30%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글로벌 항공여객 수요 회복 속도는 더 빠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7월 글로벌 항공여객 수송량은 2019년 같은 기간의 75% 수준에 도달했다.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자 항공기 금융은 리스료 체납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외항사를 중심으로 소수의 거래만이 이뤄져 왔었다. 최근들어 국내 항공사를 비롯한 항공기 도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항공기 금융에 나서는 금융사도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월 항공기와 선박금융에 투자하는 특별자산 펀드를 설정했는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계열사의 투자규모는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를 도입하려는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리스사와 항공사 간 소위 '갑을관계'가 뒤집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에 항공기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항공기 리스하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항공사들이 리스료도 제때 못내고 반납하는 항공기가 늘면서 항공기를 사하라 사막에 방치하고 시장의 절반 가격에 항공기를 리스하는 등 가격협상력에서도 항공사가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최근 여행규제가 완화하고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야하는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리스회사가 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국내 항공사의 임원은 "코로나 때는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리스받던 항공기를 반납하고 중고 항공기 가격도 크게 하락하는 등 공급이 넘쳐났다"며 "반납한 항공기를 다른 항공사에 다시 리스를 하기 위해 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깎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풀려가면서 항공기 대수를 줄여왔던 항공사들이 다시 늘리고 있고 최근에는 해운사마저도 항공기를 도입하려고 하는 등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항공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때와 비교해 신조기 리스료는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을 조달해 항공기를 선매입하는 리스사도 금리인상에 맞춰 항공사에게 가격을 전가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항공사의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항공사 담당 연구원은 "몇몇 항공사에서 공격적으로 항공기 등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지금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이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리스계약을 해둔 것들은 그나마 리스료가 크게 급등하지는 않고 있지만 새로 체결하려는 계약들은 리스료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리스 계약을 체결하는데 쉽지는 않다"며 "여객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추세일 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일정부분 손실을 감수하고 늘어날 여객수요에 베팅해 투자를 단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