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부채 매칭으로 이차역마진 우려 해소
10년전 팔아 놓은 저축성보험 만기에 따라 신상품 출시
경쟁 과열시 과도한 확정이율에 대한 우려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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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잇따라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시납으로 목돈을 넣으면 4% 이상의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상품들이다. 이런 상품 출시에 또다시 '이차역마진'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생보사들은 그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설명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다르면 보험사들이 잇따라 확정형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화생명, 푸본현대생명, 흥국생명 등이 4% 확정이율을 적용한 저축성상품을 출시했다. 동양생명은 4.5%의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구조를 살펴보면 한화생명이 출시한 '내맘쏙저축보험'은 4%의 확정이율을 적용한 5년 만기 일시납 방카슈랑스 상품이다. 최근 나오는 저축성보험은 일시납 5년 만기 형태가 주를 이룬다.
생보사들의 이런 움직인은 최근 몇년간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생보사들은 IFRS17에 대비해 일부러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했다. IFRS17에선 저축성보험 판매는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춰줄 경우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자산운용으로 거둬들이는 수익보다 높아지는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이런 우려가 많이 불식됐다. 국고채 5년물 금리가 4%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일시납으로 받은 자금으로 국고채 매입을 통해 자산-부채를 매칭시키고 있다. 금리 추가 상승에 대한 예상이 나오는터라 중소형 보험사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확정이율을 보장하고 나섰다.
이는 과거 IMF시절 확정형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팔던 때와 달라진 점이다. 당시에는 자산-부채 매칭이라는 자산운용 전략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다. 10%대 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생각에 7%의 확정이율을 보장하면서 이에 맞춘 국고채 매입 등의 전략이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이런 상품들이 지금와서는 줄줄이 '이차역마진'으로 생보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레슨으로 생보사들이 이제는 철저하게 자산-부채를 매칭시켜 이차역마진 문제를 해소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생보사들이 이런 상품을 공격적으로 내놓는 또다른 이유는 과거 10년전에 팔아놓은 10년납 상품 만기 도래에 맞춰서 해당 자금을 유치하기 위함도 있다. 당시 생보사들은 10년납 이상의 저축성보험 상품은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점을 적극 마케팅해서 시중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상품의 만기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해당 자금을 또다시 유치하기 위해서 생보사들이 공격적으로 고금리 저축성 보험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생보사들의 자산운용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자산운용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지나치게 해당 경쟁이 과열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생보사마다 특별한 전략이 있다기 보다는 최근의 금리 상승에 맞춰서 자산-부채 매칭을 하는 방식이다 보니 자칫 금리 경쟁이 유발될 경우 무리한 상품판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형사가 4% 수준의 금리 상품을 내놓으면 상대적으로 브랜드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는 4% 이상의 확정이율을 보장해야 고객 유치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축성보험 상품의 확정이율이 4% 중반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대형사들이 해당 상품 출시에 나선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경쟁하기 위해선 더 높은 확정이율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금리 상승기라곤 하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확정이율 제공은 자산운용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