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높은 중·소거래만 남은 영향
실제 증권사 수익성과는 별개
IPO는 스팩만 흥행…대형스팩·청약수수료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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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시장 혹한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주식자본시장(ECM) 수수료율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늘어난 수수료율과 달리 수수료 수취액은 줄어들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실제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직결하는 대형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ECM 거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4년 연속 증가하던 증권사의 ECM 수수료 금액이 올해는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의 ECM 평균 인수수수료율은 215bp(1bp=0.01%)로, 전년 동기(191bp)보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IPO 인수수수료율이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올해 IPO 평균 인수수수율은 298bp로 지난해(243bp)보다 50bp 이상 증가했다. 올해 유상증자 인수수수료율(141bp), 주가연계채권(ELB; 175bp) 역시 전년보다 각각 27bp, 48bp 증가했다.
정작 증권사들이 수취한 수수료 총액은 감소했다. ECM 거래 주관 및 주식 인수 업무(모집주선 제외)를 통해 증권사가 벌어들인 총 수수료 합계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14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2627억원)보다 약 500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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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높은 수수료율이 실질적인 증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신영증권은 ECM 주선기관 가운데 평균 수수료율이 338bp로 가장 높았지만 인수수수료 총액은 58억원에 불과했다. LG에너지솔루션 IPO(12조7500억원) 단 한 건만 주관한 모건스탠리의 인수수수료 총액(169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LG에너지솔루션 IPO의 인수수수료율은 70bp로 책정됐는데, 모집규모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낮은 수수료율에도 주관사단이 수취한 인수수수료 총액은 892억원에 달했다.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평균 수수료율도 각각 270bp, 266bp에 달했으나 인수수수료 총액은 각각 6억원, 7억원 수준이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규모가 클수록 수수료율은 떨어진다"며 "수수료율 자체가 줄어도 공모규모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수료 수취 금액은 더 높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주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던 증권사들은 이제 영업 확대를 자제하거나 인수·실권수수료를 높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올초부터 ECM·DCM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실권주를 대량으로 떠안은 후 공격적 영업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KB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이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손실과 맞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 차례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단행한 에어부산은 인수수수료율을 높이고 실권주수수료를 지급했다. 올해 9월 에어부산의 유상증자 인수수수료율은 60bp로, 작년 9월(30bp)의 두배에 달했다. 실권수수료율은 800bp로 책정했다.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엔 실권수수료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다. 와이오엠, 아이큐어 등 일부 코스닥 상장사의 실권수수료는 1500bp까지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증시 침체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자 기업들은 무리해서 증시입성을 시도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관사 자리를 꾀차고자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던 증권사들도 잠잠한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 IPO부서 한 담당자는 "연휴를 반납하면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써서 주관사단에 선정돼도 발행사가 상장을 철회하면 한푼도 받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니 다들 의욕도 떨어진 상황”이라며 “4분기에 주목할 딜도 없고 상장채비에 나서는 기업도 없기 때문에 회사에 그냥 앉아만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