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통한 네트워크 형성·수수료 인상 덕분이란 평
다만 '감사 독립성 강화' 추세 골머리…재무자문 분리?
EY한영, 재무·세무부문 분리두고 내년 1월 투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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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을 기점으로 회계법인이 M&A 자문에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아성을 뛰어넘고 있다. M&A 시장에 오래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그랬던 회계법인이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글로벌 차원에서 감사 독립성 요구가 강해지면서 재무자문을 분리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EY를 시작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M&A업계는 향후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3분기 리그테이블에서 삼일과 삼정회계법인은 각각 2, 3위에 올랐다. 크레디트스위스를 근소한 차이로 쫓고 있다. 이들 뒤에는 JP모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등 내로라하는 투자은행들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2018년 3분기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을 살펴보면 JP모건, 모건스탠리, UBS, 크레디트스위스,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도이치 순이다. 그 다음에서나 삼정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형적인 십여 년 동안 이어져 온 국내 M&A 자문 리그테이블 순위였다. 이랬던 흐름이 2020년을 기점으로 회계법인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올해에는 외국계 IB와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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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에선 자문 건수도 중요하지만, 규모나 중요도도 순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즉 회계법인들이 이전처럼 중소형 거래뿐만 아니라 대형거래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순위가 크게 오른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살펴보면 삼일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포티투탓(42dot) 인수를 자문했으며, 삼정은 중소형 딜 자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한영과 안진은 쌍용자동차 매각, 포스코Q&M의 잭니클라우스GC 인수 등에 참여했다.
이는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일 회계법인을 살펴보면 매해 재무자문 부분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재무자문 부문은 2020년 매출 2635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에서 38%를 차지했다. 이후 2021년은 매출 3126억원(41%), 2022년 3856억원(43%)를 기록했다. 이는 비단 삼일뿐 아니라 빅4 회계법인에서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보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에서 불고 있는 '감사 독립성' 강화의 움직임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당장 한영 회계법인은 재무자문, 세무부문을 분리하는 문제를 두고 내년 1월 정도에 파트너 투표에 들어간다. 글로벌에서 이 부문을 떼어내기로 결정하면서 각 국가에 의향을 묻고 있는 것이다. 수익이 잘 나오니 현 상황을 유지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지만, 상황이 그렇지만은 않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글로벌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기업의 국내 활동 자문으로 영역이 좁아진다"라며 "브랜드나 매출의 타격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분리를 하자니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가져갈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회계법인이 재무자문이 크게 성장한 비결은 회계법인의 영향력 확대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외감법 도입으로 감사권한 강화가 이뤄지면서 회계법인 전체적으로 수수료가 올랐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받아 재무자문의 실적이 좋아진 영향이 있다. 더불어서 감사를 통해 쌓인 네트워크도 회계법인이 딜 소싱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 그러다 보니 섣불리 분리를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힘들다.
다른 회계법인 파트너는 "국내에선 유럽만큼 재무자문 분리에 대한 요구가 있지는 않지만, 글로벌 흐름과 동떨어져 갈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회계법인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치열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