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 보험 많이 팔아 논 보험사들 유동성 확보 비상
고금리 상품 잇따라 출시
투자자는 금리 조건뿐 아니라 회사 재무건전성도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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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4%가 넘는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단순 고객유치 차원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유동성 확보를 통한 '생존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와는 정 반대로 '유동성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을 필두로 보험사들이 잇따라 4% 저축성보험을 출시하고 나섰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8월 5년 만기, 1000만원 이상 일시납 조건의 4%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MAX 저축보험 스페셜 무배당'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나오자마자 3일만에 완판했다.
이후 흥국생명, 동양생명, 하나생명 등 중소형보험사뿐 아니라 한화생명까지 4%대 고금리 저축성 보험 상품을 들고 나왔다. 저축성보험의 특성상 조금만이라도 이율이 높으면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다 대형사까지 가세하고 있는 판국이라서 금리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보험사들이 경쟁하듯 해당 상품을 내놓는 것에는 금융업계 전체의 유동성 전쟁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고채 5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서고, 2금융권을 비롯해 은행까지도 특판예금을 내놓으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끌어가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4대 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가 4%를 넘어섰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4.5% 고금리 예금상품을 내놓았다. 은행들마저도 감독당국의 유동성 기준을 맞추지 못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채권 발행 및 특판예금을 출시하는 판국이다.
보험사들의 상황은 이보다 더 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을 통해 시중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2012년에는 저축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2억원 이하로 낮아지자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 절판에 나서면서 시중의 뭉칫돈을 끌어왔다. 이후 2017년에도 소득세법 개정에 발맞춰 일시납 비과세 한도가 줄어들게 되자 이를 계기로 금리경쟁을 벌이며 절판 경쟁을 벌였다. 한때 보험사들이 판매한 보험에서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어서기도 했다.
이렇게 끌어들인 자금이 금리 상승, 일시납 만기와 맞물리면서 대규모로 빠져나갈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에선 이례적으로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라며 "그 규모가 조단위란 점에서 보험사들에는 유동성 확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작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당면한 이슈다. 이미 올해 1분기 KB생명과 흥국생명은 유동성 비율이 감독당국의 관리 수준인 10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1분기 이후 금리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로선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감독당국은 IFRS17 도입에 발맞춰 더 까다롭게 유동성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고객들로선 단순히 금리만 보고 저축성 보험을 가입하는데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서 자산운용에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축성 보험 금리가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보험사에도 운용수익률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라며 "고객 입장에선 보험사의 저축성 상품은 장기로 자금이 묶인 다는 점에서 회사의 유동성이 풍부한지 등 건전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