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3등 경쟁 엎치락뒤치락…횡령 등 사건·사고 수습 '진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취임 첫 해…신뢰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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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깜짝 발탁된 박성호 하나은행장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예상치 못한 인사로 화제가 됐고, 일단 2년의 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평가다. 다만 순조롭게 연임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전임 지성규 행장이 2년의 임기만 소화하고 교체된 전례가 있는데다, 우리은행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불법 외화 송금 및 횡령 등을 수습하며 내부도 어수선하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박 행장이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이진국 하나금융 부회장을 제치고 행장으로 발탁되었을 때 금융권에선 예상 밖의 인사란 평가가 나왔다. 은행 내에서도 주요 행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인데다, 해외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박 행장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싱가포르지점 차장, 인도네시아법인 부행장,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 등 주로 해외 영업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보단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 보니 박 행장에 대해 알려진 부분이 많지 않았다. 자산관리그룹장을 지내는 등 커리어가 다변화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룹 내부에선 '해외통'으로 통한다.
하나금융은 당시 박 행장에 대해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디지털과 글로벌, 자산관리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선 발탁 당시만큼 주목받고 있지는 못하다는 평가가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우선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국민과 신한이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 이보다 더 치열하게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3등 은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적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지난해에는 약 2000억원 정도 근소한 차이로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을 앞섰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2분기까지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에 순이익에서 2000억원가량 뒤져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비은행이 국민, 신한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더불어 최근 1~2년간 은행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도 이슈다. 박 행장 시절 일어난 일이 아니더라도 현직 CEO로서 해당 이슈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선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불법 외화 송금으로 하나은행 지점이 일부 영업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다 국감장에선 횡령 사건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행장은 "횡령 사고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지난 5년 동안 횡령 금액 자체 회수율이 66% 정도 돼서 최대한 회수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슈들이 초임 행장을 2년만에 교체할만큼 위중한 사안인지는 지주 및 은행 이사회가 판단할 일이다. 은행장을 선출하는 역할은 지주의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임추위에는 현재 사외이사로 이정원 전 신한DS 대표(위원장), 백태승 전 금융감독원 규제심사위원장,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함 회장 역시 위원으로 임명돼있다.
특히 함 회장이 올해 회장 취임 첫해란 점에서 인사에서 어떤 영향력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그간 금융지주에서 회장과 행장 간의 마찰로 인해 그룹 거버넌스가 흔들렸던 사례가 많다. 박 행장 연임에 있어서 함 회장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가 연임 결정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3~4년전 대폭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지며 마땅한 '대안'이 없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하나은행 부행장 풀(pool)은 외부 영입인사인 김소정 부행장(1971년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1960~1964년생으로 채워져 있다. 박성호 행장 역시 1964년생이다. 차기 기수가 될 1967~1972년생 인사들은 아직 상무급에 머무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함 회장이 취임 후 첫인사란 점에서 관심은 결국 박 행장의 연임이다"라며 "박 행장을 함 회장이 신뢰하느냐가 결국 이번 인사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