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한달 사용시간 '고작 13분'...'은행앱'보다 덜 쓰이는 플랫폼의 가치
입력 2022.10.19 07:02|수정 2022.10.19 07:03
    취재노트
    '월평균 13분'…시중은행보다 덜 찾고, 덜 머무는 '플랫폼'
    "사업 하나당 상장 한 번씩"…후폭풍에 뒷수습 될까 우려
    '은행 중 하나' 카뱅·적자기업 '카페이' 둔 시각 싸늘한데
    그룹·경영진은 득봤지만 공모투자자 전체가 피해자 전락
    카카오는 '앙팡 테리블'?…"남 고려 않는 무책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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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으로서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할 일이 애매한 구조다. 트래픽이 낮으니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제한적이다. 수년 내 시중은행 앱과 격차가 좁혀지고 기술 평준화가 이뤄지면 증권 신고서에 나온 멀티플(배수) 거품도 꺼지게 된다. 은행업 라이선스는 남겠지만 상장 당시 주가를 되찾기 어려워질 것 같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기 전 한 글로벌 컨설팅 업계 관계자가 내놨던 평가다. 당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이 독자 출범하며 각각 상장하기로 결정했던 시점부터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에 족쇄를 채우고 시작했다는 얘기도 함께였다. 

      상장 직후 지수 편입으로 인한 수급효과를 끝으로 장장 14개월 내리 굴러떨어진 카카오뱅크 주가를 보면 예언이 적중한 듯하다. 다르게 보자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14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74% 오른 1만7500원에 마감했다. 시장이 전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하며 하락폭을 일부 되돌린 덕이지만, 공모가(3만9000원) 대비로는 여전히 반 토막도 안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이 45조원에 달해 KB금융과 신한지주를 합친 것보다 높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는 양사 시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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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은 성장주에 불리해진 거시경제 환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시장에선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던 지난해 BNK투자증권의 '매도 의견' 리포트가 회자하고 있다. 

      지난 8월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2022년 7월 국내 은행 앱 순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전체 사용자 순위는 토스에 이은 국내 2위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를 월평균 사용일수로 분류하면 7위(7.3일)로, 월평균 사용시간으로 분류하면 10위(13분42초)로 떨어진다. 금융 소비자들이 카카오뱅크보다 시중은행 앱에 더 자주 접속하고 더 오래 머문다는 얘기다.

      사용 빈도와 시간만으로 앱 경쟁력과 사업의 본질 가치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사용 시간이 짧다는 건 앱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달 평균 13분가량 사용하는 앱을 플랫폼이라 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완성도가 한참 떨어진다는 시중은행 앱에 비해서도 사용 빈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의 기술 우위가 무색해졌단 평까지 나온다. 

      플랫폼 가치의 원천처럼 전제되던 카카오 생태계와의 연계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삼성페이를 사용하듯 카카오톡 사용자가 카카오뱅크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으면 모를까, 앱을 수시로 드나들게 만들 만한 유인이 부족하단 얘기다. 이 지점에선 카카오톡과 함께 사용되는 카카오페이가 그나마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똑같이 금융 플랫폼 기업임을 내세워 상장한 그룹 계열사 카카오페이 주가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페이는 전일보다 4.94% 오른 3만6100원에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어제 급락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60% 선이다. 

      자연히 토스와의 비교는 갈수록 두드러진다. 원앱 전략을 추구하는 토스는 사용자 수와 월평균 사용 일수, 사용시간 등 지표에서 국내 금융앱 중 압도적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물론 비상장사라 주목도가 떨어질 뿐 장외시장에서 토스 역시 가치가 쪼그라들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에 비해선 플랫폼으로서 잠재성을 의심받는 수준은 아니란 분석이 많다.

      증권사 IPO 담당 한 실무자는 "업계 내에선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가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을 때 각각 선정한 비교 기업(피어 그룹)과 인앱 활성도, 사용 빈도, 사용 시간, 시장 규모 등을 비교하면 밸류에이션 논리가 다 깨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라며 "내부에서 시너지 분산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사업 하나당 상장 한 번씩 하겠다는 욕심이 앞서 무리하게 비싼 가격을 끌어낸 후폭풍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사 모두 상장 이후로도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거꾸로 말하면 상장 시점에 플랫폼이란 이유로 받아낸 기업 가치 평가 논리가 빈약하단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증권사 기업금융부서 임원급 한 인사는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하기도 전에 '그렇게 하겠다'라는 계획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비싸게 상장할 수 있었다"라며 "공모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시장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줬더라면 지금 같은 폭락장에서도 방어 논리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 현재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은행 중 한 곳, 카카오페이는 적자기업이라는 박한 평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상장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두고선 곤두박질친 주가를 수습할 방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선 카카오그룹이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우수 인력을 종신계약으로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돌고 있다. 다들 쉬쉬하지만 예전 가격을 회복하기 어려울 거란 시각이 지배적인 탓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따로 설립해 각자도생 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각각 상장하기로 한 결정의 후과가 너무 큰 셈이다. 그룹 차원에선 두 차례에 걸친 계열사 상장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계열 임원진은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사 모두 당시 인정받은 가치가 공중분해되며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한 공모주 투자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증권사 출신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경영진은 주가가 꼭지에 달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지수 편입 예정일 직전에 증권사 리테일 창구에 연락헤 보유 주식 매각 의사를 밝히고 전략을 요구했다"라며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경영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 수 없다. 현재 제시하는 대책들에 대해서도 공감하기 어려운 배경"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카카오그룹 계열 전반 경영진을 두고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말로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남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자본시장에서 카카오그룹이 보여준 위상과 현시점 일반 투자자들의 분노를 감안하면 대체로 들어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