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 HMM 지분 늘려왔지만 경영권에도 주목
HMM 주가 하락에 평가손실 확대…'특단의 수' 필요
경영권 확보하려면 수조원…정부와 사전 교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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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그룹이 HMM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직 HMM 매각 절차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금융회사들을 찾아다니며 HMM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 여부를 일일이 문의하고 있다. 다만 시장 반영은 아직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지난 9월부터 다수의 대형 시중은행과 각 증권사 등을 통해 HMM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인수금융 등 제공이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자금 증빙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SM그룹이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을 돌며 HMM 인수 자금 조달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금융사 관계자 역시 “HMM을 인수하기 위해 SM이 파이낸싱 조건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HMM 매각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지만 SM그룹이 자기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그룹은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했고, 2017년엔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사들여 SM상선을 세웠다. 이어 올해는 계열사들을 앞세워 HMM의 주식을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6월까지 HMM 지분 5.52%를 사들여 산업은행(지분율 20.69%), 해양진흥공사(19.96%)에 이은 3대 주주가 됐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장남 우기원 SM우방 전무도 인수 주체로 나섰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시장에서는 '경영권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거나, '불편한 3대주주로서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일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다만 SM그룹내 대한해운과 TK케미칼 등 상장 계열사들은 HMM에 대해 ‘일반투자’ 목적이라고 밝혀 왔다.
SM그룹은 HMM 경영권 인수 검토와 관련해 이렇다할 그룹의 입장은 없으며, 기존에 사들인 지분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양진흥공사는 HMM 보유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인 후 경영권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HMM 민영화 완료 시기는 202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처럼 물밑에서 조율한 후 거래가 발표될 수 있지만 아직은 공식적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양진흥공사 측은 “HMM 경영권 매각이 원칙이지만 아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매각 방식도 스토킹호스를 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택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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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SM그룹이 HMM 인수를 시도하는데는 난관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것은 금액이다. HMM 시가총액은 여전히 10조원에 육박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지분만 사오려 해도 4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 절반은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해도 2조원은 빌려야 하는 셈이다. 단순히 최대주주에만 오르려 해도 수조원이 필요하다. HMM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포스코, 현대차 등에 비해서는 SM그룹의 자금력이 비교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SM그룹은 기존의 HMM지분을 인수할때도 주당 3만원 수준,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였다. 최근 HMM지분은 주당 1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져 있다. 평가손실이 작지 않은 상황이라 특단의 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SM그룹 측 지분율은 줄고 신용보증기금(5.02%)을 포함한 공공 지분비율은 74%까지 올라간다. 정부 쪽과 CB와 BW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교감이 없다면 HMM을 인수하기 쉽지 않다. HMM은 작년까지 해운업 호황기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뒀기 때문에 CB와 BW를 상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또 다른 금융사 임원은 “HMM 매각은 기업 가치나 거래 구조보다는 인수자가 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최근 SM그룹 쪽에서 인수 지원 여부를 문의하고자 찾아왔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현재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도 HMM을 정리하고 싶어는 하지만 국가에 남은 해운사가 하나라는 점 때문에 원매자를 찾는데 신중하다"며 "대기업 외에 SM그룹을 후보로 생각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HMM에서도 SM그룹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SM그룹이 해운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HMM 측 인사는 “시장에선 SM그룹이 HMM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러 다닌다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정부와 CB 문제 협의가 잘 된다면 이미 3대 주주인 SM그룹이 인수자로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