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고갈 속 ‘위기 기업’ 루머 확산
‘건설·부동산’ 신평사 검색 상위권 포진
신평사 순위 보고 ‘부도 나느냐’ 문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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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유동성 축소로 기업과 사업체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머지 않아 ‘대(大) 부도의 시대’가 닥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이런 중에 신용평가사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부도 관련 소문이 돌면 신평사가 낸 평가서를 찾아 보고 위험 요소를 살피는 모습이다. 신평사 홈페이지의 검색 순위가 곧 부도 위험을 알리는 바로미터란 평가도 나온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거론됐던 기업 중 하나는 롯데건설이었다. 지난 18일 부도설이 갑자기 확산하면서 주주나 투자사, 채권자들이 진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사의 유동성이 부족하다거나, 미착공 사업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막혀 있다는 등 루머의 근거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롯데건설 부도설은 하루 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회사는 19일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시장보다 주주(롯데케미칼 지분율 43.79%, 호텔롯데 43.07%)에 손을 벌렸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는데, 증자금은 PF 우발부채를 관리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회사의 자금보충 약정은 4조원대에 이른다.
해프닝으로 결론 났지만 그만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레고랜드’ 후폭풍에 시장을 더 얼어붙었다. 강원도가 이 사업의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하며 해당 어음이 부도처리됐다. 20일 한국은행의 ‘최근 신용채권시장 상황 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AA-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114bp(1.14%포인트)로 2009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도 레고랜드 사태 후 확산하는 시장 불안요인을 살피고 있으며 시장대응 노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불안정하니 채권, CP 수요는 위축되고, 유동성 악화가 다시 투자 감소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속에 기존 투자 자산의 평가손실은 커진다. 중소 건설사와 금융사, 부동산 사업장의 부실 우려는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채안펀드의 회사채·CP 매입 여력을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이 결정에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노출된 중소형 증권사들의 ‘읍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불안에 신평사 홈페이지를 찾는 수요는 늘어나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신용도, 나아가 부실 가능성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 리포트는 경기 호황 때는 크게 주목받지 않지만, 이런 불황기엔 그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최근 신평사 검색 순위의 상단은 시장에서 화제가 된 기업들이 차지하는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 발 신용경색이 닥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롯데건설은 이번주 중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고, 20일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들어선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수위권을 장기집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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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색 빈도가 높은 기업들 역시 시장에서 주목하는 곳들이다. 태영건설, 다올투자증권 등은 롯데건설 부도 루머에서 함께 이름이 거론됐던 곳들이다. 태영건설은 올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수주 감소, 원재자비 인상 등으로 경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덩치에 비해 벌여둔 부동산 PF 사업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교보증권도 부동산 PF 위험노출액 비중이 큰 곳 중 하나다.
이 외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PF 대출 유동화 목적 SPC인 에이치케이야음제이차, 중견 건설사 HL디앤아이한라 등도 건설·부동산과 관련된 검색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의 검색어 순위에 올라온 기업에 대해 부도가 나느냐는 문의가 많이 온다"며 "최근 시끄러웠던 기업들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하고 있으니 수긍이 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