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교보는 여전히 전속설계사 조직 유지
"오너십 여부에 따라 각 사 영업전략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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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이 수십년간 이어온 설계사 조직에 변화를 주고 있다.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사하고, 대형 보험대리점(GA) 인수에 나서고 있다. 영업조직의 대변화 속에서도 빅3 생보사(삼성,한화,교보)의 전략도 갈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오너십의 차이'란 평가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중순 대형 GA인 피플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나채범 한화생명 부사장은 피플라이프 인수와 관련해서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피플라이프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하면 설계사 규모가 2만2000여명으로 늘게 된다. 연 매출은 3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의 피플라이프 인수가 의미를 가지는 부분은 보험사 영업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 상품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 분리'가 보험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가운데 한화생명이 빅3 보험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제판 분리'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고 전속설계사 조직을 떼어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총자본 6500억원, 1300여명의 임직원, 1만9000여명의 설계사로 출범했다. 빅3 생보사 중에선 전속설계사 조직까지 떼어낸 첫 사례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선 결국 보험사들이 가야할 길이란 평가가 많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보험사는 상품 설계에 집중하고, 운용 및 영업은 분리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한 회사의 상품만을 위한 설계사 조직은 보험산업이 성장할때 필요한 모델이지 현재와 같이 성숙한 상황에선 그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여전히 대규모 전속설계사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속설계사 수는 삼성생명은 2만3000명, 교보생명은 1만3900여명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2015년 자회사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를 세웠지만 GA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2만명이 넘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전속설계사 전속 채널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각사마다 갈리는 전략에 대해서 여러 시각이 있지만, 무엇보다 '오너십 차이'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2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신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말 경영전략 분야에서 AT커니코리아 금융부문 대표인 하상우 부사장을 영입했고,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과, 자산운용과를 거친 이한샘 상무를 영입했다. 빅3 보험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사고만 치지 말자'는 문화가 팽배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됐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주주간 분쟁으로 회사에 변화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즉 신사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IPO 등 현안 문제가 쌓여있다 보니 '제판 분리' 등의 이슈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리하기 위해선 상당한 저항이 있을 수 있어 이는 월급쟁이 CEO가 추진하기엔 부담스런 사안이다"라며 "결국 오너십의 차이가 각사의 전략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