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사인 BNK證에 레고랜드 사태 책임 떠넘긴 강원도
약정서 빈틈 활용한 여론 호도에 "대응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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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1월까지 선취이자를 납부한 사실을 알면서도,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한 것도 아니고 회생신청을 하겠다는 발표만으로, 강원도하고 일체의 협의 없이, 금융불안의 불안을 초래한 BNK투자증권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윤인재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
19일에 있던 강원도의회 도정질의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빚어진 금융시장 혼란의 책임을, 자산관리자인 BNK투자증권에 전가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자 증권가에선 실소가 터져나왔다. 금번 사태로 '신용공여'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며 유동화증권 발행 금리가 수직 상승하는 등 그 여파를 감당하고 있는 증권업계에 또다시 재를 뿌렸다는 평가다. 대출약정서를 잃어버리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강원도의 발언들에 대한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모아봤다.
약정서 빈틈 활용해 여론 호도하는 강원도
"과거 작성한 대출약정서 내용에 따르면, 책임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 4개월치 이자 납부한 사실을 근거로 상환 의지가 있었음을 주장하는데, 약정서상 이자 납부는 연장을 '협의'하는 기본 조건이지 연장의 조건이 아니다. 이자를 냈어도 원금을 못 내겠다며 회생신청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EOD(기한이익상실) 사유다."
"'회생신청'은 약정서에 기본적인 EOD 트리거 중 하나로 기재된다. 다만 EOD의 시점이 '회생신청을 선언한 때'인지 '회생신청을 직접 법원에 한 때'인지 세밀하게 기재되진 않았다. 강원도 의회가 이를 활용하려던 것 같다"
"강원도의 주장대로 회생신청을 하진 않고 그 의사만 밝혔기 때문에 BNK투자증권이 만기 연장을 해줬다고 가정해보자. 연장을 해줬는데 얼마 안 지나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한다면 BNK투자증권이 독박을 쓰게 된다. 이 경우에도 강원도는 '우리는 분명 회생신청을 한다고 했는데 BNK투자증권이 EOD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억지 주장을 펼칠 것이 뻔하다"
"A가 빚진 것을 A의 어머니가 보증을 서준다고 했는데, A의 어머니가 A를 호적에서 지울 것이라고 통보한 것. 이것이 금번 사태의 본질이다. 그저 ABCP를 발행하고 판매, 상환을 관리할 뿐인 자산관리사 증권사의 책임을 물을 이유가 없다."
"강원도는 말을 적당히 번복해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당초 돈을 갚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를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한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여론이 악화되니 채무를 변제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계약서를 읽어보고 행정을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채권시장 경색에 홍역 앓는 증권업계…"대응 가치 못느껴"
"이미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힘들어하는 증권사들이 많다. 일단 '신용공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졌다. 강원도 같은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신용공여를 한다. 그런데 '신용등급 무용론'이 파다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도 의심받기 시작하며 발행금리가 수직상승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제일 높은 신용등급 A1을 부여받은 증권사들도 높은 발행금리를 견뎌야 한다. 지금으로선 금리 8%대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며 추후 9%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 악화에 따른 강원도의 책임 전가임이 너무 자명하다. BNK투자증권에서 직접 대응할지는 모르겠지만 일각에선 대응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도 한다. 솔직히 증권사가 EOD를 내서 좋을 것이 전혀 없다"
"신용평가사에서도 가장 큰 화두가 레고랜드 사태다. 일부 기업은 레고랜드 때문에 유동화증권을 차환하지 않고 상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나.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사례는 그간 전무했다. 대통령 바뀌었다고 국채 안 갚을거냐"
"강원도 출신이라고 어디가서 말도 못 한다. 여의도에서 감자도 먹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시장에 '악(惡)'이 어딨나
"강원도와 일체의 협의 없이 EOD를 냈다는 등 증권사가 나쁜 마음을 품은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강원도는 BNK투자증권에 회생신청 계획 관련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BNK투자증권은 이를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데, 누가 일방적인가?"
"단순히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시장에 정치인이 선과 악을 구분지으려고 했다. 이에 증권가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보단 그저 실소 정도만 내비치는 분위기다. 우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증권사가 순전히 기분이 나빠서 EOD 판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그간 들어본 적이 없다. EOD를 낸다고 증권사가 좋을 것이 없다. ABCP에 투자한 투자자들과 대응책을 강구하는 등 자산관리사인 증권사도 난처해진다."
"도정질의에서 증권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윤인재 국장은 강원도의회로 인사발령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안다. 이해는 한다. 강원도의회에 가서 본인이 잘못했다고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