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직후 금융시장 혼돈 맞은 데다 국정감사까지 겹쳐
공격적 ‘세대교체’ 여파에 따른 파장도 가라앉지 못해
정기인사 후 6개월 만에 인사로 기존 팀장급들 업무 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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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_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최근 단행한 수시인사 여파가 혼란한 금융시장 상황과 맞물려 지속되고 있다. 각 부서를 지휘해야 할 국장급 인사들이 대거 교체된 데다 하반기 국정감사(국감)까지 겹치며 사실상 실무를 담당해야할 부서장들이 당장 업무파악에 급급한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부서에 있던 각 팀장급들의 보고 업무나 실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 8월 말 금감원은 전체 국〮실장급 인사 106명 가운데 약 38%에 이르는 40명을 교체하고, 부국장과 팀장 19명을 승진자로 내정하는 대대적 인사를 실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6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인사다. 1969년~1971년생 위주의 직원들을 주요 부서장으로 배치하며 내부적인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1969년생인 김준환 여신금융감독국장이 은행감독국장, 1970년생인 박지선 글로벌시장국장과 안승근 자본시장조사국장이 각각 보험감독국장과 기회조정국장, 1971년생인 황선오 공시심사실장이 자본시장감독국장에 오르며 금융업권별 주무 부서장에 배치됐다.
대대적 수시인사 직후 금융시장이 급격한 변동기를 맞으며 정작 실무의 최전선에서 부서를 이끌어야 할 금감원 국장급 인사들이 업무파악에 힘겨운 모양새다.
8월말 단행한 인사 이후 10월 정기 국감까지 겹치며 신규 선임된 국장급 인사들의 실무 파악은 더욱 지연되는 상태다. 이번 국감은 이 원장 취임 이후 벌어진 ‘데뷔전’으로 불릴 만큼 많은 시선이 몰렸다. 이런 상황들이 겹치다 보니 정작 실무 파악에 힘써야할 국장급 인사들은 혼란이 커지고, 이에 기존 팀장들에 대한 정무 의존도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실시된 수시인사의 여파도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이 급격한 불안정한 상황으로 돌입하며 금감원 내에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사에서 40대 부서장 등 젊은 공채 인력을 중용한 것을 두고 내부반발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60년대 후반~70년대생들의 약진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60년대생과 통합 이전 각급 기관 출신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50대 임원급 인사가 사실상 한직인 핀테크 관련 부서로 발령을 받기도 하는 등 (인사 관련) 원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이 금리인상〮달러환율 등의 대외적인 변수로 연일 살얼음판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돈맥경화’ 상태에 사실상 금융권 대출은 막혀있고 은행권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 및 환율 대응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나 여전채 금리 상승 등 각 업권별 ‘뇌관’도 산적해 있다. 부동산PF와 같은 단기금융시장은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며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 외화송금, 불법 공매도, 금융권 횡령사고 등 기존부터 대응해오던 분야에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까지 금감원이 신경써야 할 이슈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연일 비상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은행권 자금담당 임원을소집해 은행권 자금조달 현황 등을 파악하는 자리를 가졌고 최근 부동산PF 위기와 관련, 증권사 수장과 회동자리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7일 ‘카카오 화재’ 직후 전 금융사에 데이터센터 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연말 정기인사를 둘러싸고 대대적인 인사 교체가 한 차례 더 실시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대대적 수시인사 후 4개월 만에 이뤄지는 정기인사다. 통상 정기인사에서 최대 80%까지 국장급 인사가 교체되기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 정기인사에서도 본원뿐 아니라 전국 지원장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시급한 업무처리가 필요한 시점에 정기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보이지 않는 ‘업무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 말이 많았던 지난 수시인사 직후 이 원장 취임 후 첫 국감까지 겹치며 원내 업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국장급 인사들 절반가까이 교체된 지 두 달이 채 안되는 시기라 업무파악부터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