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대표 "배터리는 SK온 제품, 리튬배터리 화재에 취약"
업계 "배터리 원인 단정 일러"…민감한 '안전성' 이슈 건드려
SK온 "입장 없다", 책임 전가성 발언에 언짢은 배터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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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여파가 SK온까지 퍼지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SK온이 만든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가 지목됐고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에서 SK온 제품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논란의 불씨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가 화재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SK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SK온을 직접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단 지적도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의 전기실에서 보관하고 있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튄 뒤 화재가 발생하자 내부에 설치돼 있던 자동소화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모습이 CCTV에 담겨있었다.
발화 지점이 리튬이온배터리이지만 현재로선 명확한 '원인'을 단정지을 순 없다. 정확한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배터리 감식을 맡겨 결과를 기다려봐야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에 불꽃이 튀는 건 노후화했을 수도 있고, 외부 충격에 의해서 분리막이 찢어지며 자체 발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현장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19일 대국민 사과간담회에서 배터리 제조사로 SK온을 언급했고 SK온에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화재가 발생한 리튬배터리는 SK온 상품"이라며 "리튬배터리는 원래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리튬배터리를 보조전원장치로 쓰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한 전문가는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자기 회사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배터리 ESS에서 발생한 것이니까 데이터센터 입주사인 카카오는 직접 상관이 있는 구조도 아닌데 '그런 것 같더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건 면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사실 배터리 화재 문제는 관련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안전성과 직결된 만큼 단 한 건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투자자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책임 여부에 따라 조 단위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 있어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나 상장 등 조달을 앞둔 기업들은 특히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전지 사업의 분할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화재 문제가 발목을 잡았던 전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이후 약 1년 간 현대차와 GM에 각각 수 천억원의 충당금을 제공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선 충당금 협상 과정에서 일부 고객사와의 갈등 우려도 상당했는데 사업 확장 국면에서 경영진이 조달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썼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졌다.
SK온은 자사 제품을 '불난 적 없는 배터리'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해왔다. SK온은 올해 3월에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에서 "지금까지 전기차에 3억개 배터리 셀을 탑재하는 동안 화재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2조원 규모의 프리IPO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저격성 발언’은 SK온에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SK온 측은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밝힐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SK C&C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룹 차원의 대응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는 시점에서도 두 회사의 주장이 다르자 SK C&C는 통화기록 화면을 공개했다. 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두 차례나 이상상황을 감지했다는 언론사 보도에 대해 SK C&C는 즉시 ‘BMS 배터리 그래프’까지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SK C&C 측은 "BMS 정보가 그래프에 다 남는데 그런 기록도 없었고 BMS 경고가 없었기 때문에 담당직원이 현장을 찾아가 조치한 일도 없었다"며 "BMS 정보는 공개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회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래프까지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