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가 영입, 개혁 의지 큰 CJ…체질 개선 전망
SM엔터 인수·피프스시즌 PMI·제작사 M&A 기조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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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이 새 수장을 앉히면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예년보다 두 달 빠른 임원인사로 혁신 의지를 강조한 만큼 신임대표에게 부여된 미션이 덩달아 주목받는다. 업계에선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CJ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를 CJ ENM 신임대표로 앉혔다. 구 대표는 내년으로 연기된 CJ올리브영 기업공개(IPO)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당초 잔존을 희망했으나 ‘CJ ENM 을 살리라’는 이재현 회장의 특명에 따라 결국 이동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CJ ENM은 분위기 쇄신 차 임원인사와 함께 중간관리자급 10여명을 내보냈는데, 그만큼 개혁에 대한 CJ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전반 유임 속 유일한 CEO 교체였던 데다 그룹 내 핵심 사업부다 보니 선임 배경을 둔 관심도 크다. 업계에선 올 들어 부침이 컸던 CJ ENM에 구 대표가 사실상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라 보고 있다.
구 대표는 CJ에서 굵직한 재무 성과를 내온 인물이다. 해외사업 부진으로 적자 늪에 빠져있던 CJ푸드빌의 경우 비비고를 인도네시아 매장을 끝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철수시켰고, 알짜 사업이었던 투썸플레이스는 물적분할해 매각 발판을 마련했다. CJ올리브영에선 부진했던 중국 사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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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구창근 대표에겐 '숫자 개선' 목표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이는 CJ ENM이 당도한 최대 과제기도 하다. 실적 부진 등으로 올해 내내 우하향 곡선을 그려온 CJ ENM은 하반기에도 어닝 쇼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3분기에 음악은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지만 커머스는 여전히 부진한 업황이 이어지며 수익성이 훼손, 영화 또한 큰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보고 있다. 미디어는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한 피프스시즌(당시 엔데버콘텐츠)의 손실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디어 방송사업의 경우, 경기침체 우려로 광고주인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어 내년 더욱 큰 부침이 예상된다. 앞으로 이어질 혹한기를 잘 버틸 수 있는지가 결국 경영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숫자 개선은 단기적인 호흡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현 회장은 임원인사 3일 뒤 CEO들을 소집해 “내년부터 2년간의 새로운 중기전략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인 2~3년 단위로 전략을 수립하겠단 의도다. 이렇다보니 당장은 가시적인 숫자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이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내부 관계자는 "CJ는 경영진 중도교체가 비교적 용이하고 경영 평가 또한 괴로울 정도로 까다롭다 보니 임원진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게다가 CJ ENM은 업계 전문가보다도 재무통을 주로 대표직에 앉혀왔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는 내재역량 강화로는 잘 가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짙었다”면서 “전보다 더 호흡을 짧게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조조정 및 매각 등의 선택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 수장 영입에 따른 투자 체질 변화 여부도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M&A를 검토 중이었던 만큼 구 대표의 기조에 따라 사업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CJ ENM은 그간 자체적인 밸류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제작사 늘리기'를 위해 꾸준히 인수 물망에 후보들을 올려놓았던 바 있다. 피프스시즌의 인수후통합(PMI) 작업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추가로 적극적인 인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자회사였던 콘텐츠 제작사들을 씨제이이엔엠스튜디오스로 통합하는 작업을 실시하면서 외부 투자유치 및 IPO를 계획하는 게 아니냔 관측도 제기된다. CJ올리브영 증시 도전을 마무리짓고 나오지 못한 만큼 M&A나 IPO 같은 가시적 업적에 관심을 둘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전 참여 여부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입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관전거리다. SM엔터의 경우 매도자의 과도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CJ의 인수의지가 남달랐던 데엔 오너 일가의 입김이 컸던 점이 주효했다. 직접 인수를 진두지휘하는 이미경 부회장의 의지가 크고 특히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 경영리더의 아이돌 팬심이 큰 영향도 있다는 전언이다.
CJ그룹 출신 경쟁사 임원은 "CJ는 관료적인 성향이 유독 짙은 조직이다. 전직 CEO 중에선 지주사가 반대해도 밀어붙이면서 독립경영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구창근 신임대표의 스타일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간 재무적인 성과로 이재현 회장의 눈에 들었으니 일단은 독립경영으로 밀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부선 CJ ENM 대표직은 커머스·미디어·음악·영화 등을 다 알아야 하는데 재무 출신이 어떻게 진두지휘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늘 있어왔다. 지주사와 오너일가뿐 아니라 내부 임직원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 역량도 충분한 관전 포인트"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