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혼란 지속
금융당국 "문제 없다" 메세지
시장 진정시킬지 두고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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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현재로선 해당 건의 영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흥국생명이 총 5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차환이 어렵게 되면서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해당 결정으로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의 혼란이 야기됐다. 3일에는 DB생명도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
해당 사안이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될까봐 금융당국은 즉각적으로 대응조치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를 연기하자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며 시장에 메세지를 내보냈다. 더불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 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라고 밝혔다.
즉 신종자본증권의 특성상 콜옵션 행사가 채무불이행은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당 여파가 자칫 흥국생명의 보험금 지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조기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만약 흥국생명의 보험금 지급에까지 영향이 있을 정도로 회사의 재무상황이 안좋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기 시작하다면 보험 가입자들이 너도 나도 보험가입을 취소할 수 있다. 즉 은행의 '뱅크런'과 유사한 상황이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가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신용평가사도 금융당국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현행 건전성비율(RBC)하에선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내년에 도입될 신지급여력제도에 따르면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견해를 냈다.
한신평은 "2023년에 도입되는 IFRS17 K-ICS 체제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본비율이 완화한다"라며 "특히 경과 조치 활용 등을 감안할 때 자본비율 대응으로 인한 규제부담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감독당국도 신용평가사도 당장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흥국생명 나아가 국내 보험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은 추후 회사의 유동성 및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에서는 통상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만기를 5년으로 간주하는 만큼 금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를 ‘실질적인’ 채무불이행으로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흥국생명을 비롯해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저축성 보험 판매에 나서고 있다. 정기예금 등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기존 보험 가입자의 자금이 은행 등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 채널 중 하나인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안 좋아지는 점은 회사의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최근 몇년사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많은 보험사들은 유동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지해 보험사 유동성 비율 산정 기준을 완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총력전에 나서는 것도 이런 시장의 위험신호들이 하나둘씩 쌓여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채권시장 불안이 잠재워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채권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레고랜드, 흥국생명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라며 "불안한 신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