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여부 엿새만에 번복
금융위 방침보다 감독원 입김이 더 크다는 방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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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장 말 한마디에 뒤집혔다.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지 엿새만에 다시 상환을 하겠다고 밝혔다.
4대 시중은행이 흥국생명이 발행하는 4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주기로 했다.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방향을 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일만 해도 금융위원회는 “금융위, 기획재정부, 금감원 등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 및 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고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고 말했다. 채권 발행 당사자 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입장 발표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시장이 신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데 금융당국이 나서서 이를 깨버렸다는 강한 비판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스탠스를 180도로 바꾸었고 키는 금감원이 잡았다.
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발행 시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점과 흥국생명 측의 자금 여력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볼 필요 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고, 이날 전격적인 콜옵션 행사 결정 소식이 알려졌다.
이번 해프닝은 작게는 금융당국 내에서 사실상 금감원이 ‘실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꼴이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경제 관료들이 아닌, 검찰 내 경제범죄 특수통 출신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잠자코 있던 은행과 대주주가 어떻게 마음을 돌리게 됐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염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크게는 이번 채권시장의 위기는 서로 엇박자를 낸 금융당국이 더 키웠다는 오명을 얻었다.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때만 해도 지자체장의 ‘일탈’로 볼 수 있었는데, 이젠 금융당국의 코멘트도 믿을 수 없게 됐다. 한국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데 금융당국도 일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