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인 커머스의 이익 질 향상이 주효…신사업은 적자 감소
거의 마무리된 물류투자…본격적인 물류효율 단계로 진입
아직 규모 큰 CAPEX는 과제…"FCF의 흑자전환이 모멘텀"
경쟁사들에겐 위기감…"어쩌면 경쟁은 이미 끝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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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설립 이후 처음 분기 흑자를 냈다. 누적적자만 6조원에 달한 쿠팡에 투자자들은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거듭 질문을 던져왔는데, 상반기 제시한 연내 흑자전환 목표까지 가까워진 모습이다. 그간 '계획된 적자'를 앞세워 온 쿠팡에 첫 분기 흑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쟁사들은 "경쟁은 어쩌면 이미 끝난 것 같다"는 평을 내놨다.
쿠팡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51억133만달러(6조8383억원)을 기록했다. 원화 기준 사상 최대고, 달러 기준으론 작년(46억4470만달러)보다 10% 오른 수준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보다 4배 빠른 성장 속도다.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다. 작년 3억1511만달러(3653억원) 손실에서 7742만달러(1037억원)로 흑자전환했다. 이는 로켓배송 출시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첫 흑자에 이은 쾌거다.
본업인 커머스(Product Commerce)에서의 이익 질의 향상이 주효했다. 매출의 약 97%를 차지하는 커머스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이 44억8152만달러에서 49억4717만달러로 소폭 늘었는데, 조정 EBITDA는 1억1823만달러(1612억원) 손실에서 2억3922만달러(326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Developing Offerings)은 여전히 적자지만 개선세다. 같은 기간 8920만달러(1215억원) 손실이던 조정 EBITDA는 3분기 4430만달러(594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조차 예상치 못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쿠팡이 2분기보다 적자 폭은 줄이겠지만 3분기에도 여전히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들은 각각 2600만달러와 3500만달러 수준의 손실을 전망했다. "예상보다 빠른 흑자"라는 평들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간 쿠팡에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거듭 질문을 던져왔다. 김범석 창업자는 상장 당시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익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후 쿠팡은 앞서 2분기에 흑자전환 목표를 연내로 설정했었다.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조정 EBITDA 흑자를 낸 2분기를 시작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투자를 위한 적자는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기조로 정책 방향이 설정됐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흑전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둬왔다. 성장률보다도 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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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어떻게 예상보다 빠르게 흑자를 낼 수 있었을까.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등 물류 시스템과 관련한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점이 가장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 따르면 쿠팡은 상반기부터 추가 자본적지출(CAPEX) 지출 계획을 당분간 갖지 않겠다는 기조였다. 이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보다도 '물류센터 건립 목표를 거의 달성해 본격적인 물류효율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쿠팡은 전국 30여개 지역에서 100곳 넘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물류망을 확보했다.
물류비용 증가폭을 줄이면서 톱라인보다 비용 증가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안착됐다는 평가다. 이는 수장인 김범석 창업자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김 의장은 이번 흑자전환이 "기술, 풀필먼트, 라스트마일을 통합한 독보적인 물류 네트워크에 지난 7년간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 설립 당시부터 강조해온 '계획된 적자'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2014년 로켓배송으로 무료배송·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쿠팡은 수년간 조원대 적자에 직면했다. 초기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외형을 키운 후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아마존처럼 '의도된 적자'를 표방해왔다.
둘째, 주요 수익원인 유료멤버십 로켓와우 서비스의 가격 인상 효과다. 기존 회원 대상의 와우멤버십 회원비를 인상했는데, 6월부터 적용되면서 이에 따른 수익이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됐다.
셋째, 소비 증가 추세가 견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상반기 실적이 공개될 당시 업계는 '소비가 이대로 꺾이지 않고 갈 수 있느냐'를 관건으로 꼽았다. 쿠팡은 올 3분기 활성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 수가 179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7% 늘었다. 1인당 고객매출 역시 284달러로 3% 늘었다. 매출 성장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올해 수익성 정체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하다 비용 통제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효율화에 나서왔다. 누적적자만 6조원에 달했던 기업이 연내 흑자전환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전했다.
이젠 커머스 사업을 제외한 이외 비주력 사업들의 턴어라운드가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 EBITDA 손실 대부분을 차지한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금융업의 쿠팡파이낸셜이 그 대상이다. 이들 사업의 영업손실 폭은 크게 줄었지만 아직 흑자를 내다보긴 이른 시점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의 흑자전환이 중대한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현재 영업현금흐름은 흑자지만 CAPEX가 크게 지출되고 있어 FCF는 적자"라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고 있고 신사업 투자에도 신중을 가하고 있는 만큼 내년 FCF가 흑자전환할 경우 주가에 모멘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쿠팡의 실적발표와 함께 유통업계도 함께 들썩거렸다. 한 유통 경쟁사의 임원은 "사실상 (경쟁은) 이미 끝난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상 모든 기업이 물류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롯데그룹까지 영국의 오카도와 손잡고 물류 투자 후발주자로 나선 상황이다. 물류 효율화는 전세계 유통기업의 과제다. 내재화와 위탁 등 저마다의 전략으로 일단 시장에 모두 뛰어들었으나 아직까진 확실한 수익화 전망을 가시화하지 못했다. 선제적으로 투자를 마치고 본격적인 투자 효율을 내고 있는 쿠팡의 선전은 경쟁사에게도 위기감을 불러일으킬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