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한전, 포스코, 현대로템 MOU 성과
"MOU서 실제 계약 체결까진 지켜봐야"
들썩이던 테마주, 기대감 대신 현실화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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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단 하루만에 국내 기업들과 약 40조원 규모에 달하는 계약 및 사업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전세계 초대형 프로젝트, 일명 네옴시티(NEOM CITY) 수주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은 한층 부풀었다.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앞서 한국 주식시장에선 네옴시티 테마주들이 거론돼 왔고 중간 결과물은 일부 계약과 MOU 체결로 드러났다. 이제부턴 구속력이 없는 MOU 보단 내실있는 수주에 성공하는 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7일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선 총 26건의 계약 또는 MOU가 체결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이 울산 공장에 투자하는 2단계 프로젝트(샤힌(Shaheen)프로젝트)의 확정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3곳이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기본계약을 체결했는데 투자금액만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인 성과도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모듈러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현대로템은 철도협력 MOU를, DL케미칼은 합성유 공장 설립 MOU를 각각 체결했다. 한국전력과 포스코, 대우건설, 효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롯데정밀화학 등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또는 기업(기관)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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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의 성과가 가시화하면 약 300억달러, 우리돈 약 40조원에 달하는 수주계약이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스마트시티, 수소, 스마트팜 등 네옴시티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가시화했다는 점은 국내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번 방한의 결과물 대부분이 MOU 체결이란 점에서 향후 국내 기업들이 실제 양질의 수주에 성공하고, 사업적·재무적으로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는데까진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빈살만 왕세자가 처음으로 방한한 2019년에도 총 8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MOU 및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엔 SK가스, 한국석유공사, 현대오일뱅크, 로봇산업진흥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등이 주체로 총 8건의 MOU를 체결했는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절반에 불과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왕세자의 방한으로 인해 네옴시티와 관련한 수주 가능기업들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다만 MOU는 어디까지나 MOU일뿐 실제 수주, 무엇보다 기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양질의 수주로 이어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세자의 방한에 앞서 주식시장에는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건설사들, 완성차 및 부품회사, 원전관련 회사 등 수십 곳의 기업들이 네옴시티 관련 테마주로 엮여 거론되면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더라인의 특별 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맡은 한미글로벌의 주가는 지난 6월과 비교해 주가가 4배이상 치솟기도 했으나 왕세자의 방한 당일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성신양회, 희림, 인디에프 등 네오시티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저점 대비 최대 4배가량 급등했는데 해당 기업들의 가시화한 성과가 명확히 증명하지 않으면서 주가는 내림세로 전환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국내 건설회사들, 그리고 방위산업체의 성과가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점도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해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에 상승 이벤트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우디발 수주전이 비교적 주목을 받게된 원인으로 꼽힌다"며 "사우디 발 수주전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수혜와 관련없는 기업들도 테마로 엮여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감을 버리고 실질적인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