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의 순이익 격차 겨우 '200억'…아성 흔들린단 평
과감한 인센티브 통한 공격적 영업이 비결…업계 긴장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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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던 메리츠화재가 이제는 ‘태풍의 눈’으로 그 위력이 커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3 손보사들은 메리츠화재에 대해 경계를 하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분기별 최대 당기순이익을 경신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현대해상의 빅3 지위도 흔들거린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26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72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나 증가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3분기 당기순이익 28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에 그친 수치고, 전 분기 대비 17.1%나 감소했다. 태풍으로 인해 일반보험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증가해 보험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반면 현대해상은 3분기 당기순이익은 1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각각 8.3%, 36.5% 감소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메리츠 화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태풍으로 인해 일반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보험영업이익 감소했고, 3분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이익도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의 아성도 흔들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보업계는 오랜 기간 삼성화재란 1강을 중심으로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보가 2위 싸움을 벌여오는 구도였다. 하지만 최근 메리츠화재가 약진하면서 이제는 삼성화재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가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 체제 아래서 2015년부터 장기 수익성을 중시하는 ‘아메바 경영’을 도입하는 등 비용 효율화와 매출 확대에 나섰다. 우선 2500명 수준이던 임직원을 1700명까지 줄였다. 영업에서는 GA(보험대리점)을 활용한 영업에도 적극 나섰다.
설계사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영업력 확장에도 나섰다. 이런 메리츠화재의 움직임에 대해서 처음에는 삼성화재에서도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제는 분기 순이익 격차가 200억원 수준으로 좁아지면서 이전처럼 팔짱만 끼고 있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삼성금융사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 마인드로 메리츠화재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삼성화재도 메리츠화재의 영업력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약진 속에서 현대해상의 저조한 실적은 도드라져 보인다. 투자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각각 8%, 9.6% 감소하고 손해율이 오른 영향이다.
일부 증권사는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반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하기로 했다. 3분기 순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격차는 두 배 이상 벌어진 상황이다. 2위 싸움을 하던 현대해상 입장에선 뼈아픈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내년 3월에는 현대해상의 조용일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김용범 부회장은 2025년까지 삼성화재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만큼 더욱 공격적인 영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간 차별적인 수익성의 배경이 됐던 부동산 금융 관련 대출에 향후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수한 효율성 지표와 차별적인 투자수익률을 감안하면 고수익성 기조 유지는 가능할 전망”이라며 “업종 내 최고 수익성 창출 역량에 부합하는 높은 PBR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