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둔촌주공 차환 거절한 한투 '적군’으로 규정
롯켐 유상증자에 한투 참여하지 못한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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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케미칼 유상증자에 주관사로 참여가 유력하던 한국투자증권이 배제된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그간 롯데그룹과 한국투자증권은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둔촌주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거절을 계기로 금이 가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하나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유안타증권이다. 롯데케미칼은 조달한 자금을 운영자금(5000억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6050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주관사단에 한국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계열사인 롯데렌탈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지난 8월 롯데케미칼 회사채 발행에도 참여하는등 롯데그룹의 자금조달에 일정부분 역할을 해왔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둔촌주공 PF의 차환 발행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차환 발행을 거절해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조합사업비 7000억원의 대출 만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한 8250억원의 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만기를 하루 앞둔 10월 27일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도움으로 만기 하루 전 차환 발행에 성공했다. 투자자로 참여했던 KB증권이 지난 24일 새 주관사가 됐고 기존 투자액 1220억원도 재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측이 한국투자증권에 '아쉬움’을 표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피아식별이 확실히 됐다'는 수준의 멘트가 오갔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롯데의 행보를 두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행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롯데건설 자금 지원 등에 재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동성이 급한 상황에도 불구, 롯데는 여전히 '나중에 두고 보자'는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고 해석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데, 차환 발행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유상증자 주관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을 배제한 건 롯데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신용평가사도 롯데그룹의 신용전망을 낮추는 상황이라 롯데의 미래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