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상 최종 책임 CEO에…'책임가중' 법에 명시 예정
"방향 문제 삼기 어렵지만"…기준 두고 충돌 가능성도
최종 법 개정안 내용에 따라 대응 전략 복잡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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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위원회가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란 평이 나오지만 원칙적으로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 구조가 CEO를 향하는 만큼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이 강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중대' 금융사고의 기준과 책임 강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안에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표이사에게 포괄적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를 명문화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 명기 등 내용이 담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내부통제 관련 권한은 위임이 가능하지만 위임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립했다는 게 김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과는 별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 개선 TF'를 꾸려 은행연합회 및 시중은행과 몇 차례 협의를 거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왔다. 연말까지 은행연합회 모범규준에 반영해 은행들이 내년부터 내규를 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 개정까지는 고려되지 않은 규율 차원 혁신안이다.
이번 금융위가 발표한 중간 논의 결과는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CEO에 법적 책임을 묻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겠다는 게 골자다.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발족한 TF였던 만큼 은행권과의 소통 없이 금융위와 변호사, 학자 등 법률 전문가를 중심으로 운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의 금융 당국 대상 국정감사에서부터 금융 당국 TF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CEO 책임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던 만큼 예정된 결과란 평이다. 당시 법사위 위원의 질책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모두 "법률적으로 책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명확히 지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금융업권에선 당국이 내부통제 소홀에 대한 CEO 책임을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CEO 책임이 전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내부통제의 최종적인 책임 구조는 결국 CEO를 향하게 돼 있어 이를 법안에 반영하는 것 자체는 무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는 과정까지 일단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CEO 책임이 전보다 강화되는 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법 개정의 방향성이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구체적 범위를 두고 충돌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이 기준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법안에 명시하는 것도 쉽지 않고 금융권에서 개정안에 대한 대응 전략도 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회사 소속 한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의 책임 범위라는 게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법안에 반영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라며 "어디까지를 중대 금융사고로 볼 것이며, 사안에 따른 책임 강도는 물론이고 CEO가 사전적으로 얼마나 책임을 다했는가 등을 판단하는 기준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정안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