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연말인사 앞두고 끊이지 않는 '모피아' 하마평
입력 2022.12.01 07:00
    취재노트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등 모피아 약진
    민간금융사 CEO에도 거론
    '나쁜 관치'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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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권 전체적으로 연말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상황이다. '모피아 낙하산' 하마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모피아의 영향력에 대해선 이전에도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서 더 커졌다는 평가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금융사 인사에도 이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모피아는 재정 금융 관료 출신을 일컫는 표현으로 과거 재무부의 영문(Ministry of Finance) 머릿글자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지칭한다. 정부부처의 구조를 살펴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을 일컫는다. 현 정부 들어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경제 관료'들이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주요 부처에 포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여타 정부부처에도 이들이 대거 중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기관장, 연기금 등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이를 넘어 이제는 민간금융사 CEO 하마평에도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라임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가 관심사인 가운데 벌써부터 차기 회장 하마평으로 경제관료 출신들 이름이 거론된다. 

      기업은행장 선임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기업은행장을 선임하라"라고 요구하며 경제관료 출신 외부인사 낙하산 출신 기업은행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BNK금융은 다음달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BNK금융은 내부 승계 원칙을 깨고 최근 외부 인사를 후보군에 수용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바꿨다. 외부인사로 행여 전직 경제관료 출신이 중용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처럼 최근 굵직한 금융지주, 은행장 후보로 경제관료 출신들이 거론되면서 '모피아 포비아'가 생겨나고 있다. 임기 만료가 되는 CEO나 공석인 자리에 모피아가 올 수 있다는 일종의 공포다.

      일부에선 모피아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들이 끈끈한 네트워크가 비지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협회들은 모피아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협회들 입장에선 정부에 요청할게 많은데 이럴땐 모피아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실제 영향을 발휘한다"라며 "모피아에 대한 비판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금융사에까지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커지고 있다. 경제위기 속 '착한 관치'란 표현속에서 정부 주도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 찬반 여론이 있지만, 인사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쁜 관치'의 한 예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주주권익 보호와 이사회 중심주의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움직임에도 반하는 부분이다. 자유시장경제주의를 모토로 삼는 현 정부와도 궤를 같이 하기 힘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의 건전성 강화 요구 등에 대해선 금융당국이나 경제관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이것이 인사와 연계되어 있을때는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연말인사에 모피아 출신들이 대거 중용된다면 정부에서 내세우는 '착한 관치'도 그 의미가 퇴색할 것이다. 민간 금융사의 사회적 기능이나 공공성에 대해서 부인하는 의견은 없다. 다만 이러한 역할 요구가 인사의 자율성까지 뺏을 수는 없다는 게 최근 사회적 기류다. 인사 개입에 따른 후폭풍도 과거 정부에서 그 사례가 넘치도록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