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은행·선물사 '17조' 이상 외화송금도 계속 주시
관치 우려 큰 때 뜬소문도 多…금융권 부담 커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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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선물사 등 금융권의 이상 외화송금 사태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잠잠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여전히 관련 수사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내년 이후 정국에서도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 드러나는 불법 대북지원 의혹과 맞물려 외화송금 사태가 언제든 금융권에 불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이 대북 사업 관련 로비 목적으로 북한 고위층에 43만달러(원화 약 4억8000만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그간 안 회장이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정치권에선 아태협과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와 함께 대북 사업을 벌인 것을 근거로 이번 사안이 정치 스캔들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 아태협이 이더리움 기반으로 대북 코인을 발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 이상 외화송금 사태와 함께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은행권과 선물사를 통한 이상 외화송금 전체 규모는 약 17조원에 달한다. 외화송금은 가상자산 매각 대금을 다수 명의 계좌를 통해 외화로 환전해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글로벌 시세와 한국 시세 차이)'을 노린 차익거래 목적으로 NH선물에서 파악된 송금 규모는 약 50억4000만달러(원화 약 6조5399억원), 은행권은 약 72억2000만달러(원화 약 9조3751억원)에 달한다.
국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선물사 등에서 확인된 전체 17조원 규모 이상 외화송금 거래 중 일부는 홍콩 등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을 거라는 정황 증거는 이미 있다"라며 "미국 정부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국내 금융사가 여기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게 쉽지 않아 수사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불법 대북지원과 이상 외화송금 거래 등을 두고 확인 불가능한 뜬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정부 차원에서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소위 가상화폐 세탁 및 외화 유출을 눈감아줬다는 식이다. 최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북한이 미사일 개발 자금의 30%를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충당한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소문에 살이 붙고 있다는 평이다.
금융업권에선 정부 당국의 관치 부활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런 상황에 벌써부터 피로감이 전해진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 당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도 대북지원과 금융권 이상 외화송금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위원 간 고성이 오간 바 있다. 이상 외화송금 문제가 정쟁 도구로 활용될 경우 관련 시중은행 등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침 금융당국도 법을 개정해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상 외화송금의 경우 일부 지점 직원 차원의 일탈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얼마든지 내부통제 소홀 문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 금융권에선 최근 불거진 관치 논란에서 정부 당국의 뚜렷한 의중이 무엇이냐에 주목하고 있는 때라 의혹들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