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실적 집계 앞두고 막판 뒷심 평…'3관왕' 목표
금리 꼭지 희망에도 언제든 투심 돌아설 수 있는데
내년 영업 고려해도 무리한 행보 두고 우려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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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지속된 채권 시장 수급 불안에도 연말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주관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채권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인수금융까지 리그테이블 3관왕을 노리는 KB증권이 연달아 회사채 시장에서 단독 대표주관 자리를 따내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30일 SK㈜ 발행할 23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모집액 세 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며 시장 수급이 개선세를 보일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KB증권이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는데, 기관투자자들이 우호적 반응을 보인 만큼 무리 없이 주관 실적을 채울 수 있게 됐다.
KB증권은 SK㈜에 이어 이달 중 수요예측을 앞둔 SK텔레콤과 하이투자증권의 공모채 발행까지 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시장에선 연말을 코앞에 두고 회사채 발행 주관 순위 경쟁이 이 같은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만 해도 연말 발행 시장 주관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증권사 커버리지 담당 한 실무진은 "한온시스템이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수요가 500억원에 불과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나머지 2500억원을 다 받아 가는 걸 보면서 시장에선 '진짜 IB맨들이다'라는 평까지 오갔다"라며 "증권사 사정도 넉넉지 않아 총액인수를 정중히 거절하는 분위기 속에서 발행사와의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총액인수는 물론 2500억원을 받아 간 결정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탓"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4분기 이후 KB증권의 회사채 발행 주관 실적을 바짝 쫓고 있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연간 DCM 리그테이블에서 2, 3위권을 노리던 경쟁사들도 혀를 내둘렀다는 얘기다. 그들 역시 발행사와의 관계 관리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미발행 물량을 떠안으면서도 순위 경쟁까지 따라가기엔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KB증권이 연달아 다수 발행사의 단독 대표주관 자리를 따낸 것은 다분히 순위 경쟁을 의식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KB증권은 올 초부터 연간 리그테이블 3관왕을 차지할 것으로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다. 올해로 미뤄진 LG에너지솔루션 IPO 하나만으로 ECM 1위 자리를 못 박은 데다, 3분기 들어선 인수금융 주선 경쟁에서도 경쟁사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수년째 1위 자리를 지켜온 DCM 시장에서 오히려 이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었던 셈이다.
뒷심을 발휘해 순위 경쟁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차원 시장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급이 단번에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당장은 SK㈜가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투심을 어느 정도 증명해낸 상황이다. 그러나 SK㈜ 회사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나 주관사의 영업 역량이 높아서라기보다는 금리 인상이 한계에 달했다는 기대감 덕이 크다. 미국에서 발표되는 시장 지표나 연방준비제도(Fed)의 말 한마디에 언제든지 투심이 돌아설 수 있는 구간이란 탓이다.
증권사 DCM 담당 한 임원은 "내년 영업을 고려하면 발행사와의 관계 관리나 주관 실적, 순위 경쟁도 중요하지만 수급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발행사 사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연말을 앞두고 여전채를 찍어서 순위를 뒤집는 경우는 있어도 회사채를 발행해 순위를 지키자는 게 이레적이기도 하고, 미매각 가능성을 고려하면 무리를 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