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취소 늘어나며 '대기수요' 이탈 본격화 분위기
180도 바뀐 '대기수요' 둔 평가…특근·역마진 등 대응
車 개소세 인하 연장해도 금리發 판매 악화 불가피
-
여신금융 전반 조달 금리가 치솟으며 완성차 업계 신차계약 취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만 해도 실적 기대요인이던 대기수요에 대한 시각이 뒤바뀌고 있단 평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캐피탈·카드사 조달 난항이 당분간 완성차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 하나캐피탈을 통해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선수율 30%, 36개월 할부 조건으로 구입하려면 최저 10%에서 최대 10.5% 수준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동일 조건에서 이미 최대 10% 이상의 금리를 요구하는 업체는 7곳이 넘는다. BNK캐피탈의 경우 최고 금리가 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의 출고 대기 기간은 줄어들고 있다. 이달 들어 차량별 납기 일정이 지난달에 비해 최대 5개월가량 빨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차종의 신모델 출시 및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 등 원인이 거론되지만 관련 업계에선 할부 금리 인상으로 신차 계약 취소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캐피탈사 한 관계자는 "불과 수개월 새 조달 금리가 수백 bp(1bp=0.01%) 이상 뛰었는데 여전사는 조달 여건이 비교적 더 불안정한 상황이라 계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라며 "출고까지 1년 안팎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가 갑자기 대기수요 이탈을 걱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올해 기준금리는 225bp가 올랐는데, 캐피탈사와 카드사의 조달 금리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5.88%로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227bp에 달한다. 지난 7월까지 2%대에 불과했던 주요 카드사와 캐피탈사 전반의 신차 할부금리는 현재 8~10%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에서도 금리가 더 오르기 전 대기수요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대기수요가 100만대에 달하는 현대차의 경우 울산공장 대부분 생산라인에서 주말 특근을 실시해 연말까지 생산을 최대한 늘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수요에 대한 업계 분위기가 180도 변화했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완성차 업계에선 대기수요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을 두고 생산 역량만 끌어올릴 수 있으면 호실적이 보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는데, 금리가 뛰면서 대기물량이 다시 천덕꾸러기가 됐다"라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초과 수요가 초과 공급 상태로 바뀌며 재고일수와 함께 인센티브 증가가가 시작됐다"라고 전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의 경우 연말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여신업체와 협력해 역마진까지 감수하는 모습이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은 4~7% 수준 할부 구매 상품을 내놨는데, 최근 조달 금리를 감안하면 역마진이 예상된다는 평이다.
정부가 연말까지 예정된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 연장을 고심하고 있지만 올 들어 뛴 여전업체 조달 금리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이후 승용차 개소세를 기존 5%에서 3.5%로 낮춰 6개월마다 인하 조치를 연장해 왔다. 그러나 내년 국산차 할부 금리가 10%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개소세 인하를 지속하더라도 소비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단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여전채는 물론이고 오토론 유동화상품도 수요를 모으기 힘든 상황에서 카드사나 캐피탈사 조달 금리가 완성차 대기수요 이탈에 핵심으로 작용할 것 같다"라며 "당장은 완성차 업계에서도 초과 공급으로 대기수요를 소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재고와 함께 인센티브 증가로 이어지면서 실적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