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그대로 둔 채 민영화 추진하기 부담
부채 상환 및 M&A로 현금 소진 가능성
사업다각화 필요…해운사 인수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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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지난 2년간의 해운업 호황을 타고 막대한 돈을 벌었다. 본격적으로 HMM 민영화를 고민해야 하는데 곳간에 쌓인 현금이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기형적인 상황에선 움직이기 쉽지 않다. HMM은 컨테이너 사업에만 의존하는데 시황 변동에 대응하려면 벌크나 LNG 등 다른 분야의 확충도 필요하다. 시장에 잠재 선사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HMM이 내년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HMM은 최근 몇년 사이 꾸준히 민영화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산업은행의 민영화 의지가 컸고, HMM도 독자생존이 가능한 체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차 등 대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SM그룹은 HMM 인수자금 조달 가능성을 살피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HMM 매각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파악한 사실은 있으나 특정기업과 매각방안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당장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기 쉽지 않다. 산업은행(지분율 20.69%)과 해양진흥공사(19.96%)가 가진 HMM 지분만 시가로 인수하려 해도 4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매각자는 매각자대로 고민이 될 상황이다. HMM의 3분기말 현금성자산은 작년말 대비 10조원 가까이 늘어 16조원에 육박한다. 시가총액보다 가진 돈이 더 많다. 주식 값만 받고 그보다 몇배나 가용현금이 많은 기업을 그대로 내놓기는 부담스럽다. 유동성 부담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자금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HMM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가치고 있다. 이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신용보증기금(5.02%) 포함 공공 지분비율은 74%까지 올라간다.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려면 HMM이 현금을 활용해 이 채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을 행사하고, 산업은행이 이에 대응해 전환권 등을 행사하지 않는 ‘대승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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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현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방법은 투자다. 유력 기업을 M&A하고 사업 기반에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M&A와 관련한 검토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취임한 김경배 HMM 사장은 지난 7월 비전선포식에서 선박·터미널·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에 10조원, 선사·친환경 연료·종합물류 등 미래전략사업에 5조원 등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HMM은 사업 구조 개편 필요성도 있다. 회사는 현대상선 시절인 2012년만 해도 매출 비중이 컨테이너 69%, 벌크 27%였다.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며 알짜 자산들을 팔았고 현재의 사업구조(컨테이너 93%, 벌크 6%, 기타 1%)가 됐다. 올 하반기부터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급격히 하락했고, 내년 이후 실적도 빨간불이 들어 왔다.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로 물동량은 줄고 있다. 벌크나 LNG운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시장에는 HMM이 노릴만한 잠재 매물이 여럿 있다. 현대LNG해운은 지난 2014년 HMM이 IMM 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한 선사로, LNG 운송 사업을 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작년 현대LNG해운 매각 시도에서 성과가 없었다. 최근엔 LNG 수요 증가 및 운임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다시 매각에 나설 경우 작년 단순 검토에 그쳤던 HMM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한앤컴퍼니의 해운사 포트폴리오(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도 HMM의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한국가스공사, 발레 등과 장기계약을 맺고 철광석, 석탄, LNG 등을 운송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SK해운은 원유선, 가스선과 벌크선 등을 운용하고 있다. 작년 2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외에 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해 간 폴라리스쉬핑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회사는 브라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철광석과 석탄 등 벌크 화물을 장기운송계약을 맺어 실어나르고 있다. 잠재 매물들의 몸값이 가볍지 않지만 실탄이 든든한 HMM이 넘보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지금처럼 시가총액보다 쌓아둔 현금이 많은 상황에선 HMM을 매물로 내놓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HMM의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성도 있다 보니 M&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고, 실제로 회사 역시 잠재 매물 해운사 등의 인수 가능성을 열심히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