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저조해 예년보다 못한 성과급 받을수도
LG는 LG엔솔 상장으로 재계 시총 2위로
다만 CEO 성과급은 여전히 재무 성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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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마무리 되면서 연말 인사와 함께 주요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성과급이 떠올랐다. 특히나 올해에는 각 기업과 금융사들이 주가를 CEO의 성과지표로 삼으면서 이들이 받게 될 성과급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지난달 기업분석 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76개 대기업집단 중 상장사를 보유한 70개 그룹의 상장사 303개 시가총액 변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연초 대비 전체 시총이 328조6421억원(10월말 기준) 감소했다. LG그룹을 제외하고는 주요 대기업들의 시총 감소가 나타났다.
시총 1위 대기업집단인 삼성은 16개 상장사 시총이 연초 671조1624억원이었으나 10월말 기준 541조8045억원으로 19.3% 감소했다. 시총 2위에서 3위로 떨어진 SK는 연초 시총이 209조8980억원이었으나 36.9% 하락해 132조341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시총이 129조8593억원에서 105조6177억원으로 24조원 가량 감소했다.
연초 시총 4위였던 LG는 SK와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등극했다. LX계열 분리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시총이 100조원가량 증가한 영향이다.
기업들이 주가와 CEO 성과급을 연동시키면서, 시총 변화는 곧 이들이 받게 될 성과급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총이 떨어진 주요 기업들의 CEO는 당장 내년에 받게 될 성과급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주가와 CEO 성과급을 연동하고 있는 곳은 SK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파이낸셜스토리 강조에 나서면서 주가 관리를 주문했다. 올해부터는 가장 중요한 경영자 평가 지표로 주가를 내세웠다. 사실상 주가가 KPI(성과지표)의 핵심요소가 된 첫 해라 불리운다.
SK는 주가 등락과 폭에 따른 성과 평가 산식을 만드는 작업도 했다. 즉 연말 주가가 좋아야 임원진이 가져갈 급여가 많아지는데, 올해 주가 상황만 보면 임원들이 성과급을 제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만 보면 LG그룹의 권영수 부회장은 내년 성과급 잿팍을 터트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설립부터 상장까지 권 부회장의 '작품'이란 평가가 많다. 2012년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사업성장을 이끌었고, 올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 CEO를 맡으며,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배터리 사업 체질 개선을 이뤘다.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LG엔솔 상장에 성공하면서 시총 120조원에 이르는 기업을 만들어냈다. 만년 4위인 LG그룹을 재계 2위에 반열에 오르게 한 주역인 셈이다.
다만 권 부회장이 이룬 성과만큼 성과급을 챙겨갈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10억4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 9억원에 상여금으로 1억4700만원을 받았다. 상여금울 받은 계량지표와 관련하여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출 17조8519억원, 영업이익 7685억원을 달성한 점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즉 매출, 영업이익과 정성적 평가를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 받은 셈이다. 이런 기준을 올해에도 적용하게 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라는 LG그룹의 '역사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과급은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가져온 시총만 120조원인데 여전히 성과급은 매출과 영업이익에 기반하여 주고 있다"라며 "주가와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미국 등과 비교해봐야 할 이슈다"라고 말했다.
당장 사모펀드들만 하더라도 주가와 연계해 CEO 보상을 하는게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가와 연동해 성과급을 주는 비율도 꾸준히 올라 최근에는 주가 상승분의 1~3%를 CEO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는 추세다. 임기 중 상장에 성공할 경우 펀드 청산 과정에서 수익이 난 부분을 성과급으로 주기도 한다.
그에 반해 여전히 기업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에 기반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SK그룹 정도가 이를 타파하려고 하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CEO 성과급을 주가와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독당국에서도 금융지주 CEO 성과급을 주가와 연동하도록 주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CEO의 과도한 연봉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지만, 주가부양이란 차원에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생각하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