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위기는 넘기자는 분위기
추후 부실 발생한 금융사에 책임 물을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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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일환으로 일시적으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사들은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지만 안도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완화는 해주지만, 문제가 생긴 금융사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국내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규제 완화가 줄잇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관으로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헌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해당 자리에선 은행 예대율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미 은행 기준 예대율 비율을 6개월간 100%에서 105%로 완화하기로 했는데,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을 대출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예대율 비율을 완화함으로써 은행들은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동성 비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10% 포인트 낮춰주고, 여신성 자산 대비 PF 익스포저 비율은 30%에서 40%로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금융그룹 소속사간 유동성 지원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도 10%포인트 완화해줬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본격화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선언 이후 채권시장 혼란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번복하면서 시장 불안이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보험사의 RP 발행을 허용함으로써 사태를 진전시켰다. 이후에도 금융사의 과도한 퇴직연금 경쟁을 자제시키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가 계속했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연말 시장은 다소 안정되는 분위기지만 금융사들은 추후 당국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규제 완화에는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 문제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선 추후 이에 상응하는 조치들이 있을 수 있어서다.
한 금융사 임원은 "금융사 부실의 곧 시장 신뢰 문제로 불거질 수 있어서 금융당국에서 적극 개입하면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해당 문제를 야기한 금융사에 도덕적 해이라든지 시스템 문제점에 대해서 추후 금융당국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진 점도 금융사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다. 금융부실이 단순히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금융당국 내에도 존재한다는 견해다. 금융사들이 과거 탐욕에 의해서 시장의 부실이 키운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PF 등은 작년까지만 해도 이를 기반으로 증권사 등이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라며 "하지만 이제와서 시장 환경 탓만으로 정부의 손을 빌리는 행태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서 이런 한시적 규제 완화에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은 우려가 있다. 정부에선 연말만 넘기자는 분위기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규제 완화에도 어려움이 생기는 금융사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견해다. 이미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이야기가 도는 등 시장의 분위기는 암울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란게 시장의 대부분의 견해다"라며 "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시장환경이 안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