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쌓아둔 미국, 컨설팅 수요 상대적으로 견고
컨설팅 리포트는 기본…비용은 늘고 질은 떨어져
한국은 PE 컨설팅 줄어 대조적…당분간 불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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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 시장의 역동성이 둔화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컨설팅사에 사모펀드(PEF) 관련 일감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쓰기 위한 검토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컨설팅 리포트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컨설팅사들이 인력을 제때 키우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에서는 PEF 컨설팅 시장이 주춤한 분위기다. 드라이파우더가 많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출자자(LP)의 요청, 차입금리 상승 등 원인으로 투자 검토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LP들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컨설팅 리포트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점도 차이가 있다.
글로벌 PEF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작년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팽창했다. 유동성에 힘입은 PEF들이 투자와 검토에 적극 나섰고, 자문 비용도 아낌없이 썼다. 컨설팅사는 포트폴리오의 상업적인 성공 여부를 검토(CDD)하고, 거래 후 통합작업(PMI)도 맡는 등 일감이 많아졌다. PEF들은 각기 선호하는 자문사가 있지만 거래가 늘고 이해상충 가능성도 커지며 다양한 컨설팅사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PEF 시장의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상반기까지는 그래도 온기가 유지됐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불황 우려가 점점 커졌고 투자 규모는 줄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올해 하반기 경영권 거래 건수와 규모 모두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성공을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는 투자은행(IB)의 실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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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지만 미국 내 PEF 컨설팅 시장의 수요는 아직 견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선 유동성 호황기를 겪으며 대규모 블라인드펀드들이 속속 결성됐는데, 이후 시장이 침체했고 쓰지 못한 돈이 쌓이고 있다.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돈을 뿌리지는 않더라도 투자 건들은 꾸준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기반의 대형 PEF에 돈을 대는 LP들은 운용사(GP)에 내규 준수(Compliance)를 강하게 요구한다. LP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법률, 회계 실사는 물론 CDD도 충분히 거치라는 것이다. 투자 안건을 올리려면 컨설팅사 리포트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최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외부에서 판단의 근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대형 프로젝트는 베인앤컴퍼니·보스톤컨설팅그룹·맥킨지앤컴퍼니 등 빅3, 중소형 거래는 차순위 업체들에 컨설팅을 맡기기도 한다.
컨설팅사를 찾는 PEF의 발걸음은 꾸준한데, 정작 일을 맡아줄 컨설턴트는 부족하다. 미국에서도 컨설팅 업계의 인력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 2년여간 유동성 호황을 거치며 컨설턴트들이 다른 영역으로 대거 유출됐다. CDD든 PMI든 PEF가 일을 맡기려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만히 있어도 PEF 일감이 몰리니, 컨설팅 비용은 늘어나는데 결과의 질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욕 시장에서는 유력 컨설팅사에 일을 맡기려면 주당 3억원 수준의 비용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주 실사를 진행한다면 컨설팅 비용만 수백만달러로, 웬만한 소형 거래의 재무자문 수수료에 맞먹는다.
한 글로벌 PEF 임원은 “컨설팅 리포트가 없는 투자 안건은 위험성을 살피지 않았다고 봐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미국에선 컨설팅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 됐는데 뻔한 인력들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보니 컨설팅사간 차별성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분위기는 미국과 조금 다르다. PEF들이 드라이파우더를 쌓아두고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미국처럼 적극적으로 투자 검토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동성 기근에 시달린 국내 LP들은 투자는 늦추고, 회수는 앞당기길 바라고 있다. 여전히 PEF들이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투자는 물론, 검토도 하기 어려우니 컨설팅사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대형사나 앵커PE, 베인캐피탈 등 해외 GP처럼 외국계 LP가 많은 곳들은 컨설팅사에 적극 일을 맡긴다. 그러나 국내 LP들은 상대적으로 컨설팅 보고서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서 자금을 받는 운용사들도 이런 상황에선 굳이 주당 1억원 안팎의 컨설팅 비용을 지출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불황기에 PEF 포트폴리오 개선 자문 정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PEF 관련 신규 거래는 없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구조조정, 프로세스 효율화 등 일감만 있다”고 말했다.
국내 컨설팅 업계의 고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대부분이 현상 유지로 선회하며 컨설팅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가장 쏠쏠한 먹거리로 뜨던 PEF 관련 일감도 주춤해지고 있다. 일손 부족에 상반기까지 경력과 이름값을 가리지 않고 인력을 충원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모습이다. 대형 컨설팅사를 시작으로 점차 인력 규모를 줄여갈 것이란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