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위주라 증자 부담 커
실제 인수자 나설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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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계제도 도입 등으로 인해 보험사간 경쟁이 영업력에서 자본력 싸움으로 개편되면서, 인수 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중소형사들이 외면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험사 매물만 어림잡아 5~6곳에 달하지만, 이들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을 타진하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은 KDB생명, MG손보, 동양생명, ABL생명, AXA손보 등 이다. 이들 외에도 외국계 보험사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KDB칸서스밸류PEF는 KDB생명보험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MG손보는 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이 공개매각을 조율하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국의 다자보험이 매각을 타진한다. 이외에도 AXA손보는 매각이 진행되다 무산된 바 있다. 이외에도 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롯데손보도 추후 매각 대상이다.
시장에서 가장 소화가 안되는 매물은 중소형 생보사다. 일례로 KDB생명은 2020년 6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해 말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다시 매물로 나왔다. 겨우 겨우 인수후보를 찾았음에도 또다시 매각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매각이 안되는 이유는 우선 보험시장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에서 살펴보듯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 등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 중에 생명보험사 중 8개사에서 약 3조원, 손해보험사는 4개사에서 1조2000억원의 자본성증권 조기상환 만기일자가 도래한다. 대형사야 차환 발행이 안되어도 쌓아놓은 자본규모가 커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형사 즉각적으로 건전성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 즉 누가 인수하더라도 인수대금이 문제가 아니라 인수 이후 들어가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힘들경우 결국 대주주가 증자에 나서야 한다"라며 "자본이 부족한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추가적인 증자 자금이 들어간 다는 점에서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험시장은 이미 4대 금융지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이들에 관심을 갖는 인수자가 제한적이다.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과 LIG손해보험 인수로 이미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인수를 통해서 생보사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를 채워넣어야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매물은 값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건전하고 규모가 있는 회사다. 현재 시장에 거론되는 매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은 이유다. 그나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보험사 포트폴리오 확충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산업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보험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들이 계속해 잠재매물로 남아있는 다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주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중소형사의 경우 취약한 자본구조로 인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해 보험사에 RP(환매조건부채권) 발행 허용 등을 비롯한 일시적인 구제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내년에 시행되는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은 자본력이 부족한 보험사에 더 큰 부담을 가중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상승기라 상대적으로 이들의 건전성 지표가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지만, 금리가 안정되거나 하락한다면 이들의 자본건전성 문제는 빠르게 불거질 수 있다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사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이는 곧 금융시장 전체의 부담으로 전이될 것이다"라며 "IFRS17 도입으로 충분한 자본력을 갖지 못한 보험사는 금리 변화에 따라 자본잠식 등의 문제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