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증액은 예결위 파행으로 무산
내년부턴 일반사모펀드도 출자 가능
예산은 줄고, 대상은 확대…VC 운용사 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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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내년도 예산이 올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확정했다. 중기부는 모태펀드의 출자 대상을 일반사모펀드까지 확장했는데, 전체적인 사업 규모는 줄고 출자 대상은 확대하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기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총 13조5205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모태출자조합(이하 모태펀드)의 예산은 총 3135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모태펀드 예산(5200억원) 대비 60% 수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안을 1000억원 증액시키는 안건을 추진했으나 예산결산심의위원회의 파행으로 결국 기존안인 3135억원이 확정했다.
사실 모태펀드 예산의 감액은 예견돼 온 사안이다. 정부는 벤처캐피탈(VC) 생태계 내 정책자금의 비중을 줄이고 민간 자본의 비중을 늘리겠단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민간모펀드 결성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정부는 민간모펀드 출자자에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단 방침이지만 정책 자금이 빠져나가는 시점에서 대규모 민간 자본을 유치하겠단 대책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은 여전하다.
모태펀드의 출자자 범위는 내년부터 대거 확대한다.
모태펀드는 기존 기관전용사모펀드(舊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만 출자할 수 있었는데 중기부는 지난 15일 일반사모집합투자기구까지 출자할 수 있도록 ‘한국벤처투자 및 벤처투자모태조합 관리규정’ 조항(제 9조의2; 벤처투자모태조합의 출자범위)을 신설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한국벤처투자는 벤처펀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에 일반사모펀드와 관련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태펀드 출자 대상 확대를 통해 정부는 세컨더리 시장의 활성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세컨더리펀드는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VC 시장에 과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버블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 투자자는 투자금회수(엑시트) 효과를, 신규 투자자는 비교적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도 2000억원, 오는 2027년까지 1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벤처펀드 전용 사모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VC 생태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모태펀드의 예산이 크게 줄면서 VC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도 혹한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기금과 공제회, 대형 금융기관들 또한 VC 부문을 비롯한 모험자본의 출자를 크게 줄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내년도 신규 펀드조성에 난항을 겪는 운용사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