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겪었지만 MBK 등장에 최대 성과 기대
2.4조원대로 몸값 낮췄지만 성장 전망 엇갈려
MBK, 연 28% 성장 주목…탄탄한 딜러망도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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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 M&A 매매계약이 29일 체결됐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주관으로 매각을 진행하다 최초 우선협상대상자인 칼라일을 교체, MBK파트너스를 선정한지 약 한달만에 2조4000억원대에 인수를 확정했다.
매각자인 유니슨캐피탈(이하 유니슨)은 지금까지 음료 프랜차이즈 공차와 식자재 유통사 구르메F&B, 웨딩사업체 아펠가모 등을 인수해 쏠쏠한 회수 성과를 남겼다. 2014년 3000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펀드, 2018년 5000억원 규모 2호 펀드를 결성해 운용하고 있다. 주로 소비재·유통 분야에서의 중소형 경영권거래(바이아웃)에 강점을 보여 왔는데 이번에 최대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니슨은 2019년말 2호 펀드를 활용해 3D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에 투자했다. 회사 가치를 6000억원대로 평가하고 3200억원을 투입해 지분 50%+1주를 확보했다. 그해 상반기 메디트 소수지분 거래 때 평가된 가치가 30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를 했다. 당시 KKR 등 쟁쟁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과 경쟁에서도 이겨 주목받았다.
메디트는 구강 스캐너 솔루션 분야 글로벌 1위다. 카메라와 인상재 위주의 구강 검진 시스템을 3D 스캐너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방식대로 치아를 본 떠 보철물을 제작하면 수일이 소요되는데 반해, 3D스캐너를 활용하면 몇 시간 만에 결과를 낼 수 있어 효율적이다. 시장이 매년 커지며 메디트의 실적도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작년 22%에서 올해 24%로 올랐다.
유니슨은 올해 하반기부터 메디트 경영권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글로벌 PEF와 해외 경쟁사들이 대거 관심을 보였는데, 지난 10월 칼라일-GS그룹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로 3조원을 써냈다. 1주일의 우선협상 기간이 주어졌는데 그 안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우선협상 기간이 너무 짧았다거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했다.
메디트 M&A는 초기부터 기술력의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올해 중반 글로벌 경쟁사들이 신작을 출시했는데, 일부 신제품 값은 전작 대비 절반 가까이 낮아지기도 했다. 원매자 중 일부는 경쟁사 제품 출시가 메디트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후 입찰에 들어가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매각자 측에서 제시한 메디트 10월 실적이 예상치보다 크게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 판촉 행사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PEF는 본사의 투자 승인을 얻기 쉽지 않았다. 칼라일은 2개의 펀드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모두 본사 투자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이 크니 계약을 맺기 쉽지 않았다. 유니슨은 칼라일 컨소시엄과 우선협상 기간이 지난 후 KKR, 블랙스톤 등과도 접촉을 이어갔는데, 이들 역시 본사의 승인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PEF들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으로 메디트 인수 의사를 유니슨에 밝혔다. 지난달 2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자금력은 글로벌 PEF 못지 않으면서 의사 결정 체계가 간결하다는 강점이 발휘됐다. 보고펀드-동양생명과 KB금융을 제쳤던 2013년의 ING생명 M&A와 닮아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카카오모빌리티, 메가스터디, SK온 등 거래에서 소득이 없었는데 메디트 인수로 아쉬움을 달래게 됐다.
당초 지난 22일까지가 유니슨과 MBK파트너스의 우선협상 기한이었는데, 당사자와 합의에 따라 1주일 연장했고 29일 메디트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됐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칼라일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에서 10%가량 깎은 금액으로 협상을 시작했는데, 최종 인수가를 2조4000억원대(지분 99.5%)까지 낮췄다. MBK파트너스는 5호 블라인드펀드에서 1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장민호 메디트 창업자와 특수관계인 등도 지분 매각 대금 상당분을 재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말 거래가 종결될 전망이다.
유니슨 입장에선 최대 4조원이 거론됐던 것에 비해선 아쉽지만 하반기들어 투자 시장이 위축된 점, 내년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몸값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하이브, H&Q코리아의 잡코리아와 같은 초대형 회수 성과는 아니라도 출자자(LP)들에 지분투자금(Equity)의 서너 배는 돌려줄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유니슨이 챙기는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메디트가 없던 시장을 만들었고 유니슨이 일찌감치 그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지금까지 메디트의 성장세를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 메디트의 실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지만 실제 버는 돈(작년 영업이익 1032억원)에 비해서는 유니슨의 기대치가 높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몇 년 후 회수를 생각하면 2조원대 금액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확인했듯 금액이 3조~4조원으로 올라가는 순간, 원매자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MBK파트너스는 매년 수십%씩 성장하는 구강 스캐너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글로벌 구강 스캐너 시장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24% 성장했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는 28%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강 스캐너의 글로벌 시장 보급률은 2018년 3.9%에 그쳤지만 올해 10%로 올랐고, 2027년까지는 30~4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트의 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MBK파트너스 내부에선 회수를 해야 하는 PEF 입장에서는 매각 직전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3D 구강 스캐너 시장을 만들고 선점한 만큼 이후 제품 교체 등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과거 5개 회사가 85% 시장 점유율을 과점했었지만, 앞으로는 메디트와 3Shape의 2강 체제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메디트의 판매 네트워크는 탄탄하다.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을 포함 100여개국에 230곳의 딜러십을 갖추고 있다. 딜러별 매출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대 두산공작기계의 기업가치를 올리고 성공적으로 회수한 경험이 있다. 코웨이도 판매망에 기반한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MBK파트너스는 영업망에 기반해 매출과 이익을 확대하는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메디트 관리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메디트를 구강 스캐너 1위 기업에서 의료진과 딜러십, 솔루션, 디바이스가 생태계를 이루는 디지털 덴탈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데 창업자는 물론 주요 경영진까지 모두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