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둔화 우려 속 건전성 관리까지 우려 큰데
토스뱅크, 내년 대출 절반가량은 중저신용 집중 필요
내년 영업 위해서라도 추가 증자 불가피하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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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 대출 비중 관리에 집중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내년 영업에 대한 긴장감이 전해진다. 3사 모두 올해보다 더 공격적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계속해서 여기 맞춰 영업 전략을 짜고 건전성 관리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중 가장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는 하반기들어 수신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올해보다 2%포인트 늘어난 44%로 맞춰야 해 가장 부담이 클 것이란 평이다.
고금리로 인한 유동성 감소와 경기둔화 전망으로 중저신용 대출의 부실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장성을 입증하면서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를 맞추려면, 토스뱅크의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1일부터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영업을 한시 중단했다. 마지막 열흘 동안 중저신용 대출에 집중해 올해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인 25%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저신용 대출은 금융권 내에서 금융 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내준 일종의 숙제로 꼽힌다. 신용점수 하위 50%(KCB 기준 850점 이하) 고객 대상 상품이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각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를 주문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말까지 25%를, 토스뱅크는 42%를 맞추기로 했다. 각사 목표치는 내년말 각각 30%, 32%, 44%로 높아진다.
3사 모두 올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숙제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인터넷은행들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 상품 비중을 25~42%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고신용 대출 비중을 관리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신용 대출을 한시 중단하거나 줄이는 등 분모 값을 낮춰 중저신용 비중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이전에도 고신용 대출을 중단한 적이 있다. 중저신용 대출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데다 예상과 달리 중도상환 비율이 높고,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만큼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포용금융이라고 하지만 실제 고객군이 취약차주로만 이뤄진 것도 아니고 신용도가 낮을 뿐 기대보다 소득이 높거나 현금흐름이 우량해 목돈이 생기면 중금리 대출부터 갚아버리는 편"이라며 "3사가 경쟁적으로 공략하는 시장인 만큼 중도상환 수수료를 떼기도 어렵다. 고신용 대출 대신 담보부 대출 등으로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국 숙제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영업 전략을 짤 때 계속해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나홀로 40%대 목표치를 제시한 토스뱅크의 부담이 특히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토스뱅크는 이미 지난달 올해 목표치인 42%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수치로만 보면 내년에 2%포인트만 끌어올리면 되지만 신규 대출 영업의 절반 가까운 44% 이상을 중저신용 대출로만 채워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중저신용 대출은 고신용 대출에 비해 더 높은 위험가중치(RW)가 반영돼 영업을 확대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더 가파르게 쌓인다. 경쟁사에 비해 자본비율이 더 가파르게 줄어드는 영업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토스뱅크의 경우 총 수신 대비 총 여신(예대율) 비율이 경쟁사 절반에 못 미치는 30%에 불과하다. 3분기 수신 잔액이 약 5조원 줄어들기 전엔 예대율이 20%대였다. 예대율을 최대한 빠르게 끌어올려야 수익성이 맞춰지는데, 이 와중에 중저신용자 비중까지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토스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35%, 총자본은 8425억원이다. 당국 특례법에 따라 신규 인가 3년차인 내년까지는 바젤 I 규제만 적용돼 BIS 비율을 8%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3분기 말 7조4193억원인 위험가중자산을 10조5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다. 지난 9월 말 대비 3조1000억원 규모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내후년부터는 토스뱅크도 단계적으로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바젤 III 규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대율을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손실이 쌓이고 쌓이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에 후행해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토스뱅크가 성장을 지속하면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44%로 끌어올리려면 영업을 위해서라도 추가 자본확충이 조만간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출범 이후 1년여동안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자본금을 1조3500억원으로 키웠다. 같은 기간 누적 적자가 2000억원 넘게 불어나고 영업권이나 무형자산 등 공제 항목 비중이 높아지며 자기자본은 7000억원가량 불어나는데 그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경우 지속적으로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예대율을 급하게 끌어올릴 필요는 없지만 영업 레버리지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내년 영업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중저신용 대출 시장의 성과는 수년 동안 데이터가 쌓이고 난 다음에야 성과가 가려지기 때문에 꾸준한 증자를 이어가는 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