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끝나지 않은 부동산PF 유동성 위기
금융기관, 부동산PF 조금씩 개방하지만
부동산 가파른 하락세에 유동화증권 발행은 뚝
미분양 장기화하면 시행사 직접 타격
시행사→시공사, 금융사 리스크 전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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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급작스런 유동성 위기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안심하긴 이른 단계이다.
당장 1월에 11조원 규모의 PF유동화증권(PF-ABCP, PF-ABSTB)의 만기가 예정돼있고 상당수의 유동화 증권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온다. 부동산 경기의 내리막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해 상반기 쏠려있는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원활히 진행하지 못하면 증권사와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규모가 큰 대형증권사와 건설사들은 나름의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이제껏 유동성 위기를 버텨왔는데 앞으론 사업 초기 시행사 단계서부터 자금이 꼬이는 상황이 지속하면 PF 사업 내 주체들의 연쇄적인 부담이 커질 있을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2월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새해 상반기 PF유동화증권의 만기 규모는 약 23조원이다. 지난 수년 간 PF유동화 증권의 증가 추이는 상당히 가팔랐는데 급격한 금리 인상이 본격화 한 작년 초부터 증가세는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즉 기존의 유동화증권의 차환과 신규 유동화증권의 발행이 막히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PF 시장의 위기가 본격화 했는데 상당한 만기 물량이 올 상반기까지 여전히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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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PF유동화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어 온 곳은 증권회사들이다. 2016년 8월 정부는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추진하면서 증권사들의 어음(CP)발행을 허용하고, 레버리지와 NCR(순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해 증권사들이 PF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이 큰 은행들은 과거 PF대출 부실 사태 이후 PF 대출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았었다.
PF-ABS(자산유동화증권),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비롯한 유동화 증권의 발행 잔액은 작년 9월 말 기준 약 47조원으로, PF부실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0년 약 9조원의 5배를 훌쩍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2010년도 부동산 PF익스포저에서 유동화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7%였는데 지난 9월 기준 28.6%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개발사업과 자본시장의 연계성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채권과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이 PF대출과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단 의미로 해석된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는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어려워진 사업장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지급보증 규모가 큰 건설사들은 위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PF지급보증 규모가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큰 롯데건설이 대표적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권 내 초대형 건설사도 자산을 담보로 20%에 가까운 고금리로 현금을 확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부실 사업장이 현실화했다기 보단,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한 측면이 컸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조금 반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정부가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채권 매입과 부동산PF 대출을 완화할 것을 꾸준히 주문한 영향도 컸다. 자금이 돌기 시작하자 롯데건설은 최근 계열사로 빌린 자금 중 일부인 4000억원을 상환했고,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에 나선 2500억원의 회사채도 발행해 성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3분기 급격히 경색했던 부동산PF 시장에 대한 자금이 최근에선 조금씩 돌기 시작하면서 건설사들도 한 고비만 더 넘겨보자는 전략으로 무리한 자금조달에는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며 "그러나 새해 상반기까진 시장이 안정화했다고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든 급전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불거진 부동산PF 시장의 이슈는 유동화증권 시장에 맞춰져 있었다.
부동산PF 대출은 사업단계에 따라 ▲사업인가 전 브릿지론(토지매입 등의 목적) ▲사업인가 후 준공까지 본PF(브릿지론 상환 및 공사비) 등으로 나뉜다. 또한 자금 융통 방식에 따라 ▲사업을 시행하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PF자금을 조달하는 1차 시장 ▲해당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2차 시장으로 구분한다. 즉 현재까진 본PF와 이를 기초로한 유동화증권 시장에서의 문제점들이 주목받았지만 이젠 사업 초기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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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가 일으킨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하지 않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자산가치의 하락, 즉 부동산 가격 하락이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더해지고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극대화하자 금융기관들이 본PF 전환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의 경색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전국의 미분양주택 수는 올해 10월 기준 약 4만7000호로 지난해 9월(1만4000호) 대비 3.4배 늘었다. 건설중간재가격 지수는 같은 기간 40%가량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국내 상위권의 시행사 상당수가 상당히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자자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초기뿐 아니라 본PF의 과정에서도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시행사들의 자금부담이 늘어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분양에 실패하면 대주단은 신탁사에 자금회수를 요청게되는데 시행사가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면 부도에 이르는 사태가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한 지방의 소형건설사는 20억원가량의 CP를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가 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시공사와 금융회사의 피해로 연결된다.
시공사는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더라도, 시행사의 부도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현금여력이 충분한 기업이 아니라면 한 두 곳의 사업장 부실로도 기업 전체가 흔들릴 개연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건설회사들(경남기업, 삼부토건,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 등이 쓰러진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반복하는 건설업의 위기를 막기 위해선 사업 초기 단계 시행사들의 자산 및 재무건전성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도 있지만 아직 제도 정비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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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실 우려 사업장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약 31조원 규모였던 부실 우려 사업장 규모는 올해 상반기 56조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은행의 익스포저가 가장 낮은 반면 저측은행과 증권사의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은행, 그리고 자본여력을 갖춘 증권사들의 위험성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올해와 같은 부동산 경기가 장기화하면 금융기관들의 직접적인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란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