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에 샀는데 금리 오르며 조달 비용 급격히 증가한 탓
계약금 포기해도 계약 무산시킬 수 없는 사례 多…로펌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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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도 몸을 사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 초 성사된 부동산 거래의 경우 매수인 측에서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고 알려진다. 계약 해지를 위해 법률 검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1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업용 부동산 거래 중 매수인 측에서 로펌에 계약 해지 요건을 검토해달라는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 주로 작년 말부터 올 초에 계약이 체결된 건들로 계약금까지는 지급이 완료됐지만 잔금을 치러야 하는 거래들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였던 만큼 소위 '꼭지'에서 거래가 됐지만,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는 매수인 입장에선 매매 의지가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
대개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측이 계약을 깨트리고 싶다면 계약금을 포기하면 된다. 부동산 계약에서는 매매대금의 일부를 계약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관행인데 민법에선 이 계약금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 즉 해약금으로 본다. 매수인 측은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매도인 측은 계약금을 두 배로 돌려줌으로써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선 계약금을 포기해도 거래를 무산시킬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래를 완주하기 위해 매매계약서에 '계약금은 해약금의 의미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기재한 사례가 많아서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활황기가 계속되며 상업용 부동산은 매도인 우위 시장이었다.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매도인 측이 계약금을 두 배로 돌려주고서라도 거래를 무산시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손실 규모를 뛰어넘는 이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매도인이 계약금을 반환하더라도 거래가 해지되지 않도록 계약서에 내용을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증가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매수인 측에선 매매계약을 완주하더라도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매매거래를 진행하는 다수의 매수자가 법률적 검토를 해서라도 계약을 무효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로펌 측에 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 법률 전문가들은 마땅한 계약 해지 방안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매수인 측에 자금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잔금을 치르지 않을 경우, 매도인 측에서 계약 이행청구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당분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그간 상업용 부동산은 매도인 우위 시장이었기 때문에 매수인 측에서 '계약금은 해약금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면서 해당 요구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매수인 측은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꾸역꾸역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