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兆 우선주 발행 및 도시가스 자회사로 상환 구조
부산도시가스 상장폐지 및 약 7천억 자산매각도 진행
최근 KKR서 부산도시가스 활용해 7350억 추가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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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 E&S는 SK그룹의 수소사업을 주도하면서 SK㈜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하는 핵심계열사다. 그룹의 수소사업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고 2020년말 정기 인사에서 유정준 부회장, 추형욱 사장이 각각 승진했다. 이후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약 8000억원), 미국 에너지 기업 키캡쳐에너지(6억달러)와 레브 리뉴어블스(4억달러) 등 굵직한 투자가 이어졌다.
SK E&S는 이 외에도 국내외에 계획한 투자가 많다. 대주주 SK㈜(지분율 90%)에도 자금을 올려보내야 한다. 회사는 2019~2021년 기간 각각 7300억원, 6547억원, 3857억원의 배당을 했다. 작년부터 천연가스 상승 효과 등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지만 투자금과 배당금을 모두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외부 자금을 끌어올 필요성이 있었다.
SK E&S의 핵심 가용자산으로 꼽히던 차이나 가스 홀딩스 지분은 2019~2020년 블록딜을 통해 모두 처분한 터라 추가 투자유치가 필요했다. 작년 초부터 회사 총 자산의 20~30% 수준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장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2020년말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최대 3조원대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재무본부에서 실무를 맡았다.
SK E&S는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에 아이디어를 제시해달라 했는데, 당시 IB의 분위기는 썩 신통치 않았다.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차입은 고려 대상에서 뺐다. 이전부터 고민하던 자회사 매각 방안도 직원 동요 등을 감안해 제외하기로 했다.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뿐인데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없어야 하니 난제라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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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는 이를 우선주 발행으로 풀었다. 작년 10월 KKR을 투자자로 낙점했고, 2조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기로 했다. 경영권이 수반하지 않는 거래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KKR은 기간이 길고 목표수익률은 낮은 인프라펀드를 활용해 경쟁자들을 앞질렀다. 이 우선주는 명목 만기가 없고 투자자에게 보통주 전환권이 부여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았다.
SK E&S는 우선주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투자자의 주식전환 청구를 받은 경우 우선주 전부를 상환할 수도 있다. 상환은 ‘현금 또는 그밖의 자산’으로 할 수 있는데, 그밖의 자산은 SK E&S의 도시가스 자회사다. 회사는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잠재 투자자들은 사실상 이 거래를 도시가스 자회사 인수로 받아들였다. 투자자들은 1인가구의 증가로 도시가스 수요가 오랜 기간 탄탄히 유지될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다만 SK E&S 도시가스 자회사 중 부산도시가스는 ‘그밖의 자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자회사들과 달리 상장사라 한 데 묶어 매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의 활용 가치가 큰 만큼 잠재 투자자들 역시 거래 대상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었다.
SK E&S는 2조4000억원을 조달한 후 1년 만에 다시 KKR로부터 73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거래 구조는 기존과 거의 비슷했는데, 이번엔 부산도시가스가 상환 대상 대상으로 포함됐다.
지난 1년 사이 부산도시가스를 활용하기 위한 작업이 착착 이뤄졌다. SK E&S는 2021년말 부산도시가스와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를 진행했다. 회사는 교환 신주 발행에 갈음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산도시가스 주식을 사들였고 이후 회사를 상장폐지시켜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부산도시가스의 덩치 줄이기, 현금 확보도 이어졌다. 2022년 하반기 사옥 부지 매각에 나섰고, 12월 큐브리얼티인베스트·대우건설·NH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 컨소시엄에 6328억원에 팔기로 결정했다. 태양광발전소(P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자산은 SK E&S 자회사 부산정관에너지에 240억원을 받고 넘겼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모회사로의 특별배당이나 기타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SK E&S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3조8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2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끝에 처음 목표 이상을 달성했고, 수소사업 등 미래산업에 힘을 쏟을 기반을 다지게 됐다. 올해 들어 다른 SK그룹 계열사들의 상장이나 투자유치 작업이 상당한 차질을 빚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