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버텼지만 IPO 막히고 현금 말라가
컬리 등 국내 유니콘들도 밸류 하락 시작돼
"몸값 하락에 투자 받아도 길어야 1년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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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벤처 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난항과 기업가치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IPO(기업공개) 시장과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국내 유니콘들도 급격히 몸값이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몸을 낮춰도 투자를 받지 못해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문을 닫는 기업들이 생기는 가운데 올해부터는 근근이 '버텨온' 기업들도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PO 시장이 급랭하면서 올해 ‘유니콘’ 지위를 잃는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WSJ은 피치북 데이터 기준 지난해 11월 자금조달 과정에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유니콘’ 벤처 기업들은 10개 미만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의 48개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증시가 침체하며 상장을 준비하던 유니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고,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는 식은 벤처 투자 열기에도 유니콘들은 버틸 현금 여력이 있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모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비상장 유니콘들은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다운라운드(down round, 후속 투자 유치시 이전 라운드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투자받는 것)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 것이란 관측이다.
WSJ은 지난 몇 년 동안 저금리 시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유니콘이 된 기업들은 성장성보다 수익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사고방식 변화에 맞춰 눈높이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니콘들의 몸값 하락은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두나무, 야놀자, 컬리 등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들의 장외 주가는 지난해 연말 기준 최근 1년 내 최고가 대비 -60%~-70% 수준으로 폭락했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유니콘 등극이 곧 돈잔치를 보장했지만, 이제는 유니콘 눈앞에서도 생존을 위해 몸값 인하를 감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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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받은 컬리는 최근 밸류가 1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IB업계에서는 1조원 미만의 기업가치도 거론된다. 컬리는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영업적자는 2018년 337억원에서 2021년 2177억원으로 늘었다. 직매입 구조와 높은 물류비용 등 고정비 부담이 계속됐다.
‘물류테크 유니콘’을 꿈꾸던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현재 기업 가치가 최대 천억원대 수준으로 폭락했다. 회사는 360억원을 갚지 못해 현재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5500억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기업가치 1조원으로 투자 유치를 노렸으나 글로벌 경기 급변과 자금시장 냉각으로 무산됐다.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탓에 자금 유입이 끊기자 바로 위기에 봉착했다.
2022년 IPO를 고려하던 대형 스타트업들은 올해 하반기에나 상장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터라 지난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장 계획을 철회한 기업들이 올해 다시 기업공개에 나설 지 주목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니콘 등 대형 스타트업들 중 흑자 구조거나 자체 매출로 버틸 수 있는 곳들은 현금 여력이 괜찮은 편이지만 그 외에는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기업 가치가 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보통 예전에는 투자금을 받아 2년 정도는 버텼다면 이제는 기업가치가 낮아져 6개월, 길어야 1년 정도 운영자금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유니콘은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은 이미 ‘벤처 혹한기’를 체감하게 된지 오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2021년 11월) 158건에 비해 120건으로 줄었다. 총 투자금도 1조 2052억원에서 4744억원으로 약 7308억원(-60.64%) 감소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200명 중 82%가 2021년 대비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이 2021년 대비 투자유치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꽤 괜찮은’ 스타트업들조차 줄도산 할 수 있다”며 “그동안 벤처 호황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으로 계속해서 투자금을 유치했던 기업들의 몸값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리픽싱(전환가액조정)이 이어지는 이슈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