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걱정 없던 물류센터, 임차인 확보 걱정도
高금리·高비용에 물류센터PF 수익률도 뚝
내년까지 공급은 지속, 수요는 반전…매물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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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더해지며 국내 물류센터의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물류센터의 수요가 넘치며 지난해 수도권 인근의 물류센터 공실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펜데믹은 종식하고 있는데 기대했던 유통 산업의 호황 대신 침체가 시작했다. 탄탄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빗나가면서 앞으론 거점 지역 물류센터의 공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리의 가파른 인상과 원자재 값의 상승으로 물류센터의 사업성은 예년만 못하다. 수요는 꺾이고 사업성은 쪼그라들면서 삽을 뜨기도 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초기단계부터 매물로 등장하는 물류센터 사업장이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향후 국내에 새롭게 공급될 물류센터의 규모는 총 2130만제곱미터 수준이다. 2024년 물류센터 공급량은 2022년 1분기 기준 대비 18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센터 공급의 성장률은 지난 5년간 약 13%를 기록했고 단위 센터당 면적은 점차 대형화하는 추세였다.
물류센터의 공급량 증가는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기인한다. 특히 새벽배송, 당일배송 같이 수도권 일부 지역 내 빠른 배송을 내세운 플랫폼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수도권 내 물류센터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약 30km이내의 물류센터는 전체 물류센터 면적의 60%이상을 차지하고 대부분 신속배송을 내세운 이커머스 기업들의 임차 수요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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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해도 호황을 누리던 물류센터 투자 시장은 분위기가 차츰 반전하고 있다. 팬데믹의 완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전자상거래 시장은 위축하기 시작했다. 즉 초대형 임차인들의 수요가 꺾일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미 준공한 물류센터는 물론 착공할 사업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최근엔 총 사업비 5000억원 이상, 자산가치만 최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 인천의 한 초대형 물류센터의 대주단은 보유한 대출 채권을 외부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해당 PF의 대주단은 국책은행을 포함한 7곳의 국내 금융기관들로 구성돼 있다. 대출 규모만 총 5400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주단에서 해당 대출채권에 대해 상당한 할인율을 적용해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캐시플로우(현금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건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 전, 본PF를 일으키기도 전에 사업권을 매각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토지를 매입해 사업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PF의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PF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금융비용, 건축 과정에서 증가하는 공사비용 등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이다.
임대 수요가 탄탄해 임대료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향후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지역과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한 때 20% 이상으로 거론되던 물류센터 투자의 수익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지어진 물류창고들은 대부분 임차인 확보가 어렵진 않았는데 공급이 계속 이어지고 수요가 꺾이기 시작한 지금부터가 문제다"며 "최근 들어 물류센터 PF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매물, 그리고 준공 이후 공실 상태의 물류센터의 매물이 증가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과 같은 대기업 수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빠른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던 잠재 임차인들은 점차 사업을 축소했다. SSG닷컴, 롯데쇼핑의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은 서비스 권역을 축소하고 있다. GS리테일, BGF, 프레시지 등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접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수도권 내 상온창고의 임차 수요는 유지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 그리고 저온창고의 임차인 확보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저온 창고는 단위 면적 당 투입하는 비용이 상온 창고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건축비 상승에 더욱 민감하고,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는 가파르다. 특히 단기간 내 대규모로 저온창고의 공급이 예상되는 인천과 용인, 이천, 화성 지역에 공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선식품 배송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임차인의 경우에도 비용절감, 신선도 향상을 위해 보관 없이 직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사실 인천 지역까지만 해도 상온창고의 수요는 아직까지 견조한 편이지만 저온창고의 공실률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물류센터의 투자는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쿠팡 덕평 물류센터를 비롯한 잇따른 화재사고로 인해 물류센터 건립 규제 법안은 강화하는 추세다. 보험료를 비롯한 건립, 유지 비용의 상승은 임차인에게 전가되는데 임차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 또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과거 금융기관들의 물류센터 포트폴리오의 부실화가 가속화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