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빅딜 사라진 영향…전반적 실적은 부진했단 평
외부전문가 등용하여 전열 재정비 포석…신규 빅딜 수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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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이 파격적 인사이동을 단행하며 IPO(기업공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주식발행시장(ECM) 리그테이블 주관 1위를 달성하며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굵직한 딜을 주관하긴 했지만, 침체된 업황 탓에 전반적인 실적은 부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서별 성과 차이도 컸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상무) 자리에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발탁됐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홀세일이나 리테일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있었지만, IB 부문으로 직행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간 ECM 본부장직은 심재송 IB1총괄본부장(전무)이 겸직하고 있었으나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이 부임하면서 해제됐다.
당초 ECM 본부 산하 IPO 조직에서 실무를 맡았던 인물 중에서 내부 승진할 가능성도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4년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원스토어 등 굵직한 딜을 주관하며 KB증권 ECM 본부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진 영향이다. 지난 2021년엔 ECM 본부 최초로 상무급 부서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KB증권은 다른 부서에서 리더급 인사를 선임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증시 침체로 현대오일뱅크·SK쉴더스·CJ올리브영 등의 대형 IPO가 상장 계획을 접은 탓에 전반적인 실적이 기대를 하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투자에 나섰던 WCP는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손실 구간에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엔솔 상장을 주관한 ECM 2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도 2부를 제외한 다른 조직에 집중됐다. WCP 상장을 주관한 ECM 1부는 부서장이 바뀌었다. 지난 10월부터 길대환 기업금융 2부 부장이 부서장으로 부임해 업무를 수행 중이다. ECM 3부와 4부는 분할된 지 1년 만에 다시 통합됐다.
유승창 상무의 발탁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모 시장에 대비, 부서 외 인물을 발탁해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KB증권 안팎에선 20년간 리서치 경력을 쌓으며 기업과 산업 분석에 능통한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이 상장 주관 제안서 작성 및 프레젠테이션(PT)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공모 기업에 대해 적정한 가치산정(밸류에이션)이 중요해진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KB증권이 ECM 리그테이블에서 약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IPO 주관 상위 10개 증권사 순위에 들지 못했다. 지난 2021년부터 카카오뱅크, 원스토어 등 빅딜을 주관하며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작년에는 대형 IPO인 LG엔솔을 주관한 덕에 ECM리그테이블 왕좌에 올랐다. 다만 기타 대형 IPO들이 대거 상장을 철회한 반사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