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인사 10여명 부상…권광석 전 행장 행보 관심
금융당국 압박 결과인 만큼 官 출신 외부인사 가능성도
소송 비용·실익 등 부담에도…징계취소 소송 추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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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며 시선은 차기 회장 후보로 몰려가고 있다. 이미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 한 달여 전부터 우리금융 내부 전·현직 인사 및 외부 인사를 포함해 10여명 안팎이 후보군으로 거론된 상황이다. 아직까지 유력 후보를 특정하기 어려운 가운데 결국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직에 오르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손 회장은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손 회장이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콕 집어 거론한 만큼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외풍으로 비칠 만한 우려를 최소화해달란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우리금융 내부에선 전·현직 인사가 차기 회장직을 노리고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는데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시장에 거론된 내부 전·현직 인사는 10여명에 이른다.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시작으로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등이다. 남기명 전 부행장과 장안호 전 수석부행장 등도 지지기반을 마련하려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내부 현직 중에선 이인자 격인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사장도 롱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1+1, 총 2년의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 권광석 전 행장의 행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권 전 행장은 지난해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서 2차 후보군(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이원덕 행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후보군을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몇몇 전직 인사들이 특히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권광석 전 행장도 차기 회장직 도전에 꽤 진지하게 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고 용퇴한 만큼 결국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올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해 금융감독원 등 당국 실무진 전반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지배구조에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인사가 이를 불식하긴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외부 인사를 유력 후보로 꼽는 시각도 있다. 임 전 위원장의 경우 지난 11월 금융위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두고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 중징계를 내린 직후 부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거론된 외부인사 중에서도 가장 무게감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노조를 시작으로 다른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서 외부 인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오를 경우 관치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 회장의 용퇴를 압박한 배경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를 낙제점 수준이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내려보내는 모습은 당국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마련한 차기 회장이 지배구조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상당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임추위에선 10명 안팎의 롱리스트를 추려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7일 두 번째 임추위에서 숏리스트가 확정되면 내달 초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가 선정된다.
용퇴 의사를 밝힌 손 회장은 당국의 중징계에 대해 가처분 소송 등 법률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임을 포기한 상황이지만 우리은행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소송과 개인 명예 차원에서 법정 다툼을 이어갈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퇴 이후 사비로 소송에 임해야 하는 터라 부담이 적지 않고 실익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