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3% 밑도는 수준으로 예상
에코비트로 인연 맺은 TY홀딩스-KKR
금리 고려하면 확실한 담보 제공한 듯
태영건설은 4000억으로 충분할까 관건
3조원 넘는 우발채무가 여전히 부담
-
주요 건설사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평가받는 태영건설이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로부터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TY홀딩스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 했는데 표면적으론 상당히 유리한 조건,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2022년 기준)가 10계단이나 높은 롯데건설보다 더 낮은 금리 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알려지며 눈길을 끌었다.
투자자들은 역시 TY홀딩스의 KKR로부터의 자금조달 배경과 조건, 그리고 과연 태영건설이 이번 유치 자금으로 재무적 위기상황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
年 이자 10% 초반 수준…상당한 담보 제공 가능성
TY홀딩스는 KKR을 상대로 4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한다. 발행일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고 해당 자금은 곧바로 태영건설에 대여금으로 쓰인다. 태영건설은 연 이자 13%를 지급하고, 대여금의 120%인 4800억원 상당의 소유 부동산과 투자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다. 태영건설은 현재 SK디앤디, SK디스커버리, 한일시멘트, 교보증권, 한화증권 등 9곳의 상장회사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타법인 출자는 사업장 및 비상장 건설회사로 이뤄져 있다.
태영건설의 이자 수준을 고려하면 TY홀딩스의 사채 발행 금리는 최대 13% 수준이거나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난해 기업대출 금리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만, 사실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10% 초반대 자금 조달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건설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을 가정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져야하기 때문에 확실한 담보를 요구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롯데건설이 메리츠그룹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당시에도 약 12% 선취 수수료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건설이 부산 지역 사업장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당시 선취 이자와 연 이자, 자문료 등을 합한 올인(All in) 비용이 약 15%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KKR이 태영건설에 직접 투자를 했을 경우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을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TY홀딩스가 표면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TY홀딩스와 KKR의 과거부터 이어져온 협력 관계가 배경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TY홀딩스와 KKR은 지난 2021년 TSK코퍼레이션과 에코솔루션그룹의 합병을 통해 환경 기초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에코비트를 공동으로 영하고 있다. 에코비트는 현재 TY홀딩스와 KKR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이젤홀드코(Easel Holdco L.P)가 각각 50%(60만주)씩 보유중이다.
다만 해당 금리 수준을 고려해 담보가 제공됐다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담보는 역시 TY홀딩스와 KKR의 유일한 접점인 에코비트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에코비트의 지난 2021년 매출액은 약 7300억원, 영업이익은 124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 5650억원, 영업이익은 약 1050억원을 기록, 3130억원의 현금과 255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에코비트 외에도 TY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일부 투자지분 또는 자산이 담보로 제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27.8%), SBS(38.1%), SBS미디어넷(95.3%) 등의 최대주주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KKR이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를 통해 자금을 출자한 것은 사실상 TY홀딩스의 지급 여력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접점이 많은 에코비트 또는 나머지 상장사 지분이 담보로 제공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윤석민 회장의 입보(立保)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은 TY홀딩스(시가총액 약 5500억원)의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태영건설(시가총액 약 1600억원) 지분 10%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KKR은 2021년 150억달러(약 18조7000억원) 규모 아시아 4호 펀드를 조성했고, 지난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아시아크레딧펀드'의 모집을 마감했다. 사채 인수 방식의 투자를 비쳐볼 때 크레딧펀드의 출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크레딧펀드의 특성상 두 자릿수의 확정 수익률이 필요하다. 막대한 드라이파우더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 투자 확대를 노려온 KKR의 상황에서도 이번 출자가 상당히 만족스러울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모사채 발행과 관련한 양 측의 계약 내용에 대해 회사측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급한불은 끈 태영건설…3조 규모 PF 우발 채무는 여전히 우려
자금의 흐름은 'KKR→TY홀딩스→태영건설'로 구성돼 있지만 이번 거래의 목적이 태영건설의 유동성 확보라는 점은 명확하다.
태영건설은 오는 3월 13일 1400억원(태영건설67; 발행 2020년; 이자율 2.33%)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연결기준 약 5750억원(개별 약 3820억원)에 달하던 현금은 지난해 3분기 절반 이하인 2140억원(개별 약 1000억원)까지 줄었다. 우발 채무에 대응하고, 회사의 운영자금,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해당 자금만으로 현금 상환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란 평가다.
물론 차환이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회사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근 초우량채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태영건설과 동일한 신용등급 A급 기업의 수요는 여전히 저조하다. 단적인 예로 최근 A급 효성화학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효성화학의 회사채 발행의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인수단의 사실상의 대출 성격이란 평가도 나오는데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는 건설업의 경우 이 같은 기관들의 지원도 기대하긴 어려운게 사실이다.
또한 이번 유입 자금을 통해 올해 말까지 도래하는 브릿지 대출 관련 우발채무 약 4700억원의 차환 위험에 대응에 나설 것이란 평가도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자금조달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으로 장기성 자금을 확보한 만큼 경기 회복때까지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로선 추가적인 자금조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자금마련만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완전히 불식한 것은 아니다. 태영건설의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약 12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화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을 웃돈다. 회사의 우발채무는 2017년 82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3조2385억원까지 증가했다. 2020년 인적분할을 추진하며 자본규모는 축소했는데 우발채무가 꾸준히 늘면서 자기자본 대비 PF 우발채무의 비율이 3.74배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 확보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한 규모의 PF 우발 채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며 "추후에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방식을 쓸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