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연임 이슈까지 겹치며 공회전
최근 1월 내 결론 목표로 협상 다시 시동
처음보다 투자자에 우호적인 조건 나올 듯
-
KT클라우드 투자자가 이달 중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는 사이 KT클라우드 투자 작업도 지지부진 했지만 새해 들어 다시 KT와 투자자들이 협상 테이블을 좁히고 있다. KT와 KT클라우드의 사업에 중요한 거래고 투자자들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수 없는 만큼 이후 과정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KT클라우드 투자 후보들과 최종 투자 유치 조건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달 초 치러진 본입찰에는 KKR과 VIG얼터너티브크레딧, IMM크레딧앤솔루션 등 사모펀드(PEF)가 참여했는데 여전히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KT는 작년 하반기 KT클라우드 투자 유치 절차에 들어갔다. 당초 연내 거래 종결이 목표였지만 여러 이유로 일정이 지연됐고, 본입찰 이후엔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심사위원회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내고, 이후 이사회가 최종 선정할 때까지 투자 유치 절차가 멈췄다. 이사회의 결정에 국민연금이 즉각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삼으며 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문제 삼아 KT텔레캅 현장 조사에 나섰고, 여당 정치권에서도 구 대표의 연임 절차를 지적하고 있다. 수장의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에선 그룹의 중대사를 결정하기 어렵다 보니, 구 대표의 거취가 최종 판가름 나는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투자 유치 절차가 공회전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새해 들어 투자유치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KT는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지만 그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 부담도 크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남겨서 부채 감축 등에 쓸 돈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KT클라우드의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역시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자본 확충을 앞당길 필요성이 크다.
KT그룹 입장에서도 수장이 누가 되든 이미 큰 얼개가 짜인 계획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분위기 변화도 있었다. 결국 실행되지 않았지만 지난주엔 구현모 대표가 임원 인사를 단행해 현재 상황을 정면돌파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지난주 야권 출신 인사로 분류되는 이강철 사외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이 역시 구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선택이란 시선이 있다. KT의 올해 첫 회사채 발행도 좋은 조건으로 성공리에 발행됐다.
KT클라우드 투자유치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와 투자 후보들은 이달 중 거래 조건을 확정하자는 데 뜻을 맞추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물론 앞으로 돈을 모아야 하는 PEF 입장에서도 결정이 빠를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투자자 확정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T 내부 사정상 3월 이후에나 의사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다시 협상 속도가 나고 있다”며 “주관사와 투자자들은 1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넘어가자는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KT클라우드 투자 유치 조건은 처음보다는 투자자에 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당초 기대보다 투자 열기가 시들해졌고, 소수지분 투자에 대한 출자자(LP)들의 눈높이도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KT는 KT클라우드 기업가치는 4조원으로 보고, 8000억원을 조달하길 바라고 있다. 당초 적격상장(Q-IPO), 콜옵션·드래그얼롱(Call option & Drag along) 등을 활용해 투자자에 5%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자에 명시적인 풋옵션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 안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금리가 올라가는 구조(Step up)를 설계해 상환하는 구조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보장 수익률은 5%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금리 변동성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지분투자나 인수금융 금리는 10% 안팎이라 출자자(LP)들의 눈높이가 낮지 않다. 스텝업으로 상환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일정 상황에서 확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사를 통해 KT와 투자자간 시각차도 많이 좁혀졌다. 그간 KT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만큼 처음보다는 투자자에 유리한 투자 조건이 설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