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8%대에 수수료포함 12% 수준…시장에선 "장사 잘했다"
경쟁사선 "통 크게 손내밀었다 보기엔…" 볼멘소리도 多
정부 부동산 대책 동원령 속 메리츠式 '저돌성' 부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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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건설의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두고 경쟁 금융회사들은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곳간 사정이 급박한 기업을 찾아 야박한 조건의 거래를 진행했다는 시선과, 좋은 거래 기회를 잡아 두둑한 실적을 올린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이번 거래를 앞두고 롯데 측을 접촉한 금융사들이 적지 않다. 내심 부러우면서도 속을 끓이고 있는 반응으로 파악된다.
지난 9일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은 이번에 마련한 자금 중 1조3000억원을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유동화증권 매입에 사용했다. 1분기 중 롯데건설이 연대보증하거나 자금보충을 제공한 PF 우발채무 만기 규모가 약 3조5000억원에 달했던 상황에서 급한 불은 끄게 된 셈이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메리츠증권에서 고안하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의 대부분을 출자했다. 지난 연말 선순위 대출 9000억원에 대해 16%의 금리를 제시했다가 올 초 약 12% 수준으로 낮춰 거래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12% 이상의 연이율은 롯데그룹의 자금 수요가 그만큼 절박했단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롯데그룹은 지난 하반기 진행한 대형 인수합병(M&A) 거래와 계열사 유동성 부족으로 재무적 부담이 가파르게 치솟은 상황이었다. 레고랜드 사태 등 돌발 악재로 인한 시장 경색이 해소 국면에 들어섰지만 롯데건설 스스로 이보다 낮은 비용에 조달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 한주 동안 시장에선 메리츠증권이 장사를 잘 했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이미 전체 선순위 대출의 10% 수준 선취수수료를 받아 간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투자 협약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자마자 '이제 롯데그룹 딜은 메리츠를 향하겠구나'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라며 "지난 하반기를 거치며 대부분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여력이 없는 터에 수완을 발휘한 만큼 더 돋보이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롯데그룹을 찾았던 경쟁 금융사에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메리츠금융과 롯데건설이 투자 조건을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KB증권이나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낌새를 챈 경쟁사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레비츠로버츠(KKR)가 롯데건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태영건설에 연이율 13% 조건에 4000억원을 투자하며 영업 기회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선 메리츠금융이 향후 롯데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해 어려울 때 손을 내민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경쟁사에선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전부터도 꾸준히 롯데그룹과 거래를 해왔던 데다 부동산 PF를 제외하면 나머지 IB 부문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꼽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원래 롯데그룹과 꾸준히 거래를 이어 온 사이다.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이나 서울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등 조 단위 사업에서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주관 업무를 맡아 왔다. 지난 2013년에도 메리츠증권은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롯데건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한 바 있다.
증권사 IB 부문 한 임원은 "증권사 커버리지 사이에서 롯데그룹은 수수료가 짠 걸로 유명하기도 하고, 메리츠증권이 향후 롯데그룹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노렸다고 하기엔 통 크게 위험을 감수한 구조로 보기도 어렵다"라며 "오히려 기존 고객사이기도 하던 롯데그룹의 자금 사정이 급박한 때에 한 번 더 이익을 뽑아낸 구조에 가까워 보인다"라고 전했다.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및 조달 시장 안정화 대책에 핵심 계열사가 동원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기 부담스러웠을 거란 관측도 있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직접적으로 유동성 공급 역할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계열 증권사가 어려움에 처한 건설사 상대로 '이자 장사'하는 모양새를 비추기란 쉽지 않다.
메리츠금융이 경쟁 금융사에 비해 정부 눈치를 덜 봐도 되니 비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밖에 비(非) 은행계 금융지주인 만큼 메리츠증권이 선제적으로 구조를 짜고 계열사가 합심하는 형태로 경쟁 금융사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의 이런저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메리츠금융이 영업을 잘 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 계열사들이 합심해서 시의적절하게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꺾이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잘 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거래를 두고 배 아픈 금융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영업을 잘 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