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은 인색한데…" 투자자 눈총 불가피
주주자본주의 발전할수록 이해당사자 간 갈등↑
ESG 관점에서도 갈등 조율 중요성 커진단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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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의 성과급이 금융권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단순한 성과금 문제를 넘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이슈로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 경영진들은 회사의 이해당사자 간 충돌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기본급 대비 400%, 신한은행은 361%, KB국민은행은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KB국민은행은 1인당 340만원의 특별격려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성과급의 기반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1~3분기 이자 이익으로 40조6000억원을 벌었다. 전년 대비 6조9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규모다.
은행 성과급이 알려진 뒤로 사회적 이슈로까지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6일 열린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를 마치고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은행 역할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통해 사실상 독과점 산업을 허가한 것"이라며 "은행이 호황기일 때는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하나, 거꾸로 손실이 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당도 가세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예고된 대로 은행권이 국민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의 성과금 잔치를 벌였다"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사하자, 은행권이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대출 금리를 올려다"라고 말했다.
주주들도 이런 비판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사상 최대 실적을 직원들 성과금으로 쓰는 데 따른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개미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금융지주에 대한 배당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은행원들이 과도한 성과금을 나눠 가지면서 배당에는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배당에는 인색하다"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선 해당 이슈에 대한 논쟁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주주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필연적으로 회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조율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를 판례를 통해서 정립해 왔다. 대표적인 판례가 2010년대 델라웨이 형평법원이 내놓은 판결이다. 미국의 유명한 광고 웹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와 이베이가 맞붙은 건으로 당시 크레이그리스트는 "경제적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여기는 크레이그리스트의 기업 문화와 사회적 가치를 보호할 목적으로 포이즌필을 발동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이베이는 주주권익이 우선한다고 맞섰다.
포이즌 필이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영진이 주주 이익 극대화에 상충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주주 중심주의를 확인시켜준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이견 조율이 중요하다는 ESG 접근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년 말 신한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서도 해당 이슈가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다양한 이해당자들간의 조율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금융지주 경영에 있어서 핵심 문제가 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충돌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중요해졌다"라며 "금융지주 경영진들이 어떠한 철학을 가졌는지에 따라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