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슨, 메디트 M&A로 공차 성공 방정식 재현
글랜우드-한글라스, 프리미어-SK IET도 눈길
눈낮춰 회수하거나, 미리 차환한 곳들이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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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부터 사모펀드(PEF)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지만 그 중에서도 혁혁한 회수 성과를 낸 거래들은 있었다. 유니슨캐피탈코리아의 메디트 M&A는 자칫 장기 표류할 뻔했지만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며 회수 시기를 앞당겼다. 글랜우드PE의 한글라스 매각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 적합한 원매자를 찾은 거래로 꼽힌다. 이 외에도 금리 상승, 유동성 고갈 등 악재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회수에 성공한 곳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상황이다.
유니슨은 메디트 M&A로 지분투자금(Equity) 대비 6배 회수, 투자 3년간 내부수익률(IRR) 80% 이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에 못지 않게 거래 과정도 주목을 받았다. 유니슨은 칼라일그룹과 우선협상 기간에 계약을 맺지 못했고, 이후 다른 글로벌 PEF와도 접촉했지만 글로벌 유동성 기근과 투자심의 난항으로 진척이 없었다. 몸값을 더 낮추자거나 실적 목표 달성을 선행조건(conditions precedent)에 넣자는 요구도 있었다.
글로벌 PEF와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등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유니슨에 몇 주 말미를 달라 했고, 실제로 1달만에 계약 체결까지 마쳤다. 최초 회수 목표보다는 낮아졌지만, 유니슨은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MBK파트너스의 인수가는 글로벌 PEF들이 제시한 몸값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MBK파트너스가 아니었다면 유니슨은 원매자에 끌려다니거나, 향후 계약 이행 문제로 다툼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컸다.
메디트 M&A는 UCK웨이라 부르는 유니슨의 성공 방정식이 쌓여 나온 성과라는 평가다. 유니슨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16건의 투자를 했는데, 이중 15건이 경영권거래(바이아웃)다. CJ푸드빌 웨딩사업 인수를 제외한 14건은 기존 창업주와의 ‘파트너십’ 거래였다. 유니슨이 60~80%의 경영권 지분을 갖고, 나머지는 기존 오너가 계속 가지고 협력한다. 유니슨은 오너와의 첫 대면부터 거래 성사까지 평균 13개월간, 30회 이상의 협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탄탄한 신뢰를 구축하기 때문에 잡음 없이 처음 세운 사업 목표를 착실히 이행할 수 있다. 메디트 창업주와 특수관계인들은 이번에 회수한 자금을 다시 투자한다.
메디트 M&A는 과거 공차의 성공과도 닮아 있다. 유니슨은 2014년 공차를 600억원에 인수했고, 5년 후 3500억원에 팔았다. 지분투자금 대비 5.7배를 회수했고, 5년간 IRR은 56%에 달한다. 유니슨은 공차를 인수하며 대만 본사 인수, 일본 진출 등 청사진을 제시했고 이를 모두 이행했다. 메디트도 목표한 대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성공했다. 유니슨은 8000억원을 목표로 3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추진 중인데 출자 의향을 보이는 곳들이 많아 결성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글랜우드PE는 이달 초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 매각을 마무리했다. 2019년 이 회사 지분 100%를 3100억원에 인수했는데, LX인터내셔널에 5904억원에 팔았다. 투자원금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냈고, IRR은 30%에 달한다. 수위권 사업체를 인수해 짧은 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회수하는 글랜우드PE의 전략에 부합하는 거래다.
LX그룹은 2021년 5월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등을 이끌고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후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대형 M&A를 모색했는데, 글랜우드PE의 회수 의지와 맞아 떨어졌다. 글랜우드PE는 2021년 하반기부터 한국유리공업 매각을 추진했고, 그해 12월 LX그룹과 양해각서(MOU), 다음해 3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구본준 회장의 생일에 MOU가 맺어져 주목을 받았다.
한국유리공업 M&A는 매크로 변동성의 여파도 살짝 피했다.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변수가 격화하기 전 MOU를 맺은 덕에 본계약까지 큰 탈 없이 이뤄졌다. 회사는 그 전에 친환경 용광로 설비 투자도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설비투자를 진행했다면 원자재 상승으로 투자 비용이 크게 늘고, 회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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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파트너스는 2020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거래를 따내기 위해 SK서린사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공을 들였는데, 얻어낸 것은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보통주였다. 소수지분 투자로는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천억원의 차익을 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2021년 11월 보호예수기간이 끝나자마자 SK IET 지분 4%를 블록딜로 팔아 4673억원을 손에 쥐었고, 작년 7월 잔여 지분 4.8%를 모두 팔아 2802억원을 회수했다. 상장 후 한때 20만원을 넘었던 SK IET 주가는 작년 블록딜 당시엔 8만~9만원이었고, 지금은 6만원 수준을 오간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성장 전망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고,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확장도 순탄치만은 않다.
작년에는 하반기로 갈수록 거래 시장이 침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PEF의 투자 및 회수거래가 무산되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 언제가 될지 모를 호황을 기다리기보다는 몸값을 낮춰서라도 회수를 하거나 회수를 위한 작업을 마친 곳들은 좋은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상황이다.
VIG파트너스는 작년 길고 길었던 바디프랜드 투자를 끝냈다. 2015년 신한벤처투자(전 네오플럭스)와 바디프랜드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최대 출자자인 기존 창업주에 끌려다니느라 경영 활동을 펼치기 쉽지 않았다. 매각 과정에서 창업주의 영향력을 어떻게 제한할 것이냐가 거래의 핵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때 매각가가 2조원까지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회수 성과가 아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평판 위험, 부진이 이어지는 바디프랜드의 현상황을 감안하면 잘 빠져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IMM PE는 2017년 현대삼호중공업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5년 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약속했으나 증시가 침체하며 이를 지키기 어려웠다. 결국 IMM PE 보유지분을 되사주기로 하는 계약을 이달 초 맺었다. IMM PE 입장에선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최근 증시 상황, 모자(母子)회사 상장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을 감안하면 손실 없이 발을 뺄 기회를 잡은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다.
큐캐피탈은 작년 영풍제지를 투자 7년 만에 매각했다. 영풍제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택배물량 증가, 부동산 호황에 따른 자산 가치 증대 등 수혜를 봤다. 이에 한때 매각가로 2000억원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시장이 바뀌었다. 제지 산업이 꺾였고, 부동산 시장도 폭풍전야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 투자금액(650억원) 대비 2배에 매각한 것은 나름 쏠쏠한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한앤컴퍼니는 작년 국내 최초로 컨티뉴에이션펀드(Continuation Fund)를 활용해 쌍용C&E 장기 보유 기반을 마련했다. 작년 1월 케이카, 2월 SK에코프라임, 3월 라한호텔 등 포트폴리오의 인수금융을 잇따라 리파이낸싱(차환)했다. 이들 거래의 차입금리는 5% 초중반이다. 지금은 아예 리파이낸싱을 진행하기 어렵거나, 10%에 육박하는 금리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 하기에 앞서 투자·차입 구조를 정돈한 덕에 여유를 갖고 회수 전략을 짤 수 있다.
이 외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서브원(4월), 맥쿼리자산운용의 LG CNS(6월), 케이엘앤파트너스의 맘스터치(6월), 베어링PEA의 애큐온캐피탈(6월) 인수금융 등도 그나마 금리가 낮던 상반기에 4~5%대 금리로 리파이낸싱이 이뤄졌다. 포트폴리오 매각을 낙관했거나, 갑작스레 실적과 주가가 빠져 리파이낸싱에 애를 먹은 곳들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가슴을 쓸어내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