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일때 떠나자는 수요 많아
은행도 오프라인 점포 줄이는 등 다운사이징
반면 고객 불편 늘면서 사회·정치적 이슈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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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다. 사상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두둑한 퇴직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점포 축소라는 은행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점포 및 영업시간 축소로 고객들 불편이 커지는 사회적 이슈는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730여명이 퇴직의사를 밝혔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까지로, 퇴직자는 특별퇴직금뿐 아니라 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의 학자금과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본인과 배우자 건강검진, 퇴직 1년 이후 재고용 기회 등을 받게 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만 44세로 낮아졌다. 이들에겐 특별퇴직금으로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의 월 급여가 지급된다.
지난해 말 이미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연령을 만 40세로 낮췄다. 희망퇴직 인원은 493명으로 2021년보다 60명 이상 많았다. 우리은행도 희망퇴직 신청을 지난달 받았는데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희망퇴직 연령은 40세 부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적이 좋을때 좋은 조건에 떠나자란 수요가 있어서 희망퇴직에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은행의 희망퇴직은 연례 행사가 됐다. 은행 희망퇴직수는 2020년 1700명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에는 30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의 82%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지만, 지점을 통한 은행업무를 보는 경우는 37.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력을 줄이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 이어져왔고, 그 반대급부로 희망퇴직 조건이 후해지고 있다.
다만 은행의 지속적인 인력감축은 점포 감소와 더불어 영업시간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점은 지난해 9월말 기준 4129개로 전년 대비 238개 줄었다. 지점 축소 분위기 속 늘어나던 복합점포도 최근엔 증가세가 주춤하다. 이마저도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노사는 2020년 12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점포를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가 있다는 점에서 불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점포 수 축소로 은행 방문에 불편이 커진 상황에서 영업시간 축소로 이마저도 이용시간이 짧아졌다. 코로나를 이유로 줄어든 영업시간 단축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라며 "은행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