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경착륙 예상되자 부실 현실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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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이 올해 조직개편에서 부동산 관련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PF발 부동산 투자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로 증권사도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그간 부동산금융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왔던 증권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조직 개편이 이목을 끌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이 2023년 조직개편에서 부동산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부동산금융본부는 6실(부동산금융 1, 2, 3실·부동산PF 1, 2, 3실) 체제였으나 3실(부동산금융 1, 2, 3실) 체제로 반토막 났다. 그 외에도 부동산 투자를 주력으로 하던 종합금융본부와 실물금융본부는 각각 개발금융본부와 프로젝트금융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실을 일부 줄였다. 종합금융본부는 원래 5실 체제였으나, 개발금융본부로 바뀌면서 4실 체제가 되었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공세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탓에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증가할지가 고민거리인 셈. 일례로 하나증권이 참여한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지역 도원동 개발사업 부지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작년 6월에 공개 매각(공매)에 붙여졌으나 반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
하나증권이 공들여 따냈던 대규모 부동산 공모 사업도 진행 여건이 녹록지 않게 됐다. HDC그룹, 한화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은 착공 시점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공사비 증가 등으로 추가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자금시장이 경색되며 비용 조달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금융과 관련해서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엔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신설된 구조화금융본부가 1년 만에 문을 닫기도 했는데, 해당 부서장의 배임 혐의가 발견된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호황기에 알음알음 용인된 공격적 투자기법이 사후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동산·대체투자에 일가견이 있던 IB그룹장을 포함해 부동산금융본부장, 종합금융본부장은 모두 이번에 교체됐다. 새로운 IB그룹장은 성영수 하나은행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장이 겸직한다. 명재영 부동산투자금융실장이 부동산금융본부장으로, 김영근 종합금융1실장이 개발금융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조직개편과 관련, 하나증권은 조직의 내실화를 꾀하고 관리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즉 각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조직을 줄이고 기능을 정예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선 관리 기능 강화를 위한 IB솔루션 1, 2, 3실이 신설됐다.하나증권 측은 "중복되던 본부 기능을 정리하고 내실화할 목적으로 조직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의 목적과는 별개로 어쨌든 하나증권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조직 통폐합과 함께 300명 수준이던 IB부문 인력은 200명대 초반까지 줄었기 때문.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증권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및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부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컸다. IB부문은 계약직이 많은 만큼 재계약하지 않은 인력도 꽤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